인문공간 탐방

언제든 좋은 책과 음악 그리고 강연 및 공연까지 인문학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소개합니다. 마음의 여유와 나에게 돌아가는 길을 만나보세요.

완전 취저, 스토리지북앤필름


인싸도 아싸도 아닌 마싸의 개취 가득한 독립출판물


개취(개인취향), 취저(취향저격), 취존(취향존중)을 중시하는 시대.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시대.
인싸(모임에 잘 적응하고 인기 많은 In-Sider), 아싸(모임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소외된 Out-Sider)를 지나 마싸(유행이나 남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기준에 따라 사는 사람들, My-Sider)가 늘어나는 시대.


독립출판물이야말로 마싸의 개취를 가득 담아 소확행하는 결정체 아닐까? 그 중 나의 취저를 만난다면 금상첨화.
최근 독립출판물과 독립서점이 늘어나는 흐름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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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리지북앤필름 외관 입구



강남역과 독립서점, 트렌드 중심에 자리 잡은 비주류의 반짝임.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제한된 공간에서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는 게 지루하고 무료해 진 어느 날, 스토리지북앤필름 강남점 오픈 소식을 듣고 찾아 나섰다.
스토리지북앤필름은 2014년 해방촌에 자리 잡은 독립서점의 터줏대감 중 하나이다. 강남역에 독립서점이라니, 어울리지 않는 듯 어울리는 느낌에 끌려 설레는 마음으로 벌걸음을 재촉했다. 강남역 11번 출구로 나와 5분 정도 쭉 걷다 보니 세련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건물벽에 새겨진 <일상과 비일상의 틈>, 건물 앞을 바삐 지나가는 일상 속 사람들과 달리 잠시나마 비일상을 꿈꾸며 그 틈을 찾아 홀린 듯 안으로 들어갔다. 체온을 재고 분사된 손소독제로 소독을 마치자 직원이 다가와 친절히 안내를 해준다. 앱을 깔고 등록하면 지하1층에 마련된 전시회부터 5층까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일종의 무료입장권을 발급받을 수 있다. 처음에는 과정이 조금 번거롭게 느껴졌지만, 6개층에 달하는 복합문화공간을 언제든 자유롭게 누리기 위한 최소한의 절차이니 설레는 마음으로 발급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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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 1층 입구, 앱 멤버십 확인 후 입장



2층 카페를 지나 3층 스토리지북앤필름으로 올라가면 넓게 확 트인 공간이 나타난다. 책이 전시되어 있는 공간과 여유롭게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은 제법 넉넉하다. 입구 왼편에 마련되어 있는 작은 갤러리에는 이달의 추천도서인 <탐미>가 전시되어 있다. 화장실로 연결되는 작은 공간을 활용한 아이디어가 좋다. 안으로 들어서자 한 쪽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과 넓은 진열대들이 나란히 놓여있고 약 1000여종의 책들이 7개의 카테고리 (여행, 사회, 도시, 일상, 예술과 디자인, 사랑과 이별, 반려동물)로 나눠져 진열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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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진열장과 책 읽는 공간이 분리되어있다 | 입구 왼편에 마련된 갤러리, 화장실 가는 통로



나만의 보물찾기 in 스토리지북앤필름


「한동안 살아있을 예정입니다」, 「우는 대신 씁니다」, 「로그아웃 좀 하겠습니다」 나만 힘들고 지친 건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을 주는 책들.
「어디서 요런게 나와가지고」, 「나이 들면 딸이 최고지」 육아로 지친 내 눈길을 사로잡는 제목들. 나를 위한 보물찾기가 시작된다.

「내가 책방 주인이 되다니」, 「책방이 싫어질 때」 스토리지북앤필름 사장님과 직원이 직접 쓴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남들처럼 안 살면 큰일 날 줄 알았던 책방 주인의 큰일 없이 소소한 일상이 가득 담긴 이야기, 책방에서 일하며 들은 수 많은 이야기들 중 듣기 싫었던 각진 말들을 둥글게 바꿔가는 과정을 풀어낸 직원 이야기. 친구의 일기장을 들춰보는듯한 두근거림과 설렘으로 책장을 넘기다 보면 깊은 여운과 함께 가슴 깊이 박혀오는 글이 있다.

“다만 한번 돌아가면 다시는 현재로 되돌아 올 수 없다면, 과거를 바꿔볼 수 있는 확률이 딱 절반이라는 조건이라면, 그럼에도 당신은 과거를 선택할 수 있나요.
다가올 모든 시간보다 지나간 찰나의 순간에 삶 자체를 걸어볼 수 있는 시절을, 당신은 겪어봤나요.”
- 순간을 잡아두는 방법 中 -

스토리지북앤필름에서 진행하는 ‘나만의 책 만들기’ 강좌의 수강생이 만든 책의 일부다. 벌써 78기까지 마감됐을 정도로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다. 스토리지북앤필름은 도서 판매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독립출판물을 경험하고 직접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워크샵을 통해 지평을 넓히는데도 일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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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산대와 넓직한 진열장 | 사장님 출간 도서, 직원 출간 도서



강남점 매니저님도 ‘나만의 책 만들기’ 강좌에서 사장님을 만난 인연으로 지금까지 서점 운영을 같이 하고 있다고 하신다. 궁금한 몇가지 질문을 드려보았다.


Q. 수많은 독립출간물 중 스토리지북앤필름에 입고하고 전시할 책을 선정하는 기준이 궁금해요.

A. 특별한 기준이 있진 않아요. 그 동안 작품에 대한 신뢰가 쌓인 작가들의 책이나 오랜만에 작품 활동하는 작가의 신간은 언제든 환영이죠. 또 책 소개글을 기준으로 사장과 매니저, 직원들이 같이 회의를 거쳐 책을 선정하고 전시 합니다. 가능한 많은 독립출판물을 소개하고 작가의 작품 활동을 응원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운영하는거라 책의 위치도 한번씩 순환배치하면서 소외되는 책이 없도록 신경 쓰고 있어요. 대형서점에서는 겉표지를 보이기 힘든 책들이 이곳에서는 주인공이 되도록 돕는 거죠.


Q. 그럼, 매달 추천 도서는 어떻게 선정하세요?

A. 독립출간물은 재출간 되는 경우가 많지 않아요. 인기가 많아도 비용 등 작가 부담이 크기 때문이죠. 초판도 100권에서 500권 정도 나오기 때문에 수량이 한정되어 있어요. 저희가 확보할 수 있는 수량은 얼마 안 남았는데 내용이 좋은 책들, 더 많은 분들이 선점했으면 하는 책들 위주로 추천해요.

설명을 듣고 나니 추천도서에 올라와있는 책들을 한번 더 눈여겨 보게 된다. 추천도서와 함께 <많이 찾아주신책>이 진열되어 있다. 강남점에서 가장 인기 많은 <색이름>이라는 책은 수많은 색을 정리하고 색깔마다 우리말 이름을 붙인 백과사전 같은 책이다.
사전이 베스트셀러라니…. 이곳의 주고객층인 20~30대 여성들의 원픽이라는데, 이런 현상이 신기하고 재미있는 난 이제 노땅인건가….
창가에 위치한 수레모양 트레이에는 신간들이 진열되어 있고, 계산대를 지나 건너편에 꾸며진 또 다른 갤러리 공간에는 문단집과 사진첩 등이 작품처럼 전시되어 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책들을 선보이고 소개하기 위한 스토리지북앤필름의 마음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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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게 마련된 테이블과 의자는 책을 구매한 뒤에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샘플 책을 자리에 앉아서 보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코로나만 아니였다면 2층 카페에서 커피를 사와 책을 보며 여유를 부렸을텐데…마스크를 벗는 게 눈치 보여 입장하며 받은 물로 목을 축이며 책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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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구매 후 사용할 수 있는 테이블 자리, 노트북 사용도 가능하다



“보다 만 영화, 읽다 만 소설, 풀다 만 문제, 가다 만 숱한 길들과 맺다 만 우리의 이야기…(중략)
언젠가 서로에게 조금 더 단단해질 때
새로운 조각을 가지고 만나자.
그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새로운 색과 형태로
다시 새로운 노래를 시작하자”
- 지금, 여기를 놓친 채 그때, 거기를 만한들 中 -


지금, 여기를 놓치지 않고 나만의 보물찾기에 성공. 다시 온다고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매력적인 책들을 더 많이 보유하고, 더 많이 만날 수 있게 노력해주는 스토리지북앤필름 강남점. 무료한 일상에서 벗어나 신선한 비일상을 기대했던 나의 마음이 이곳에서 꽉 채워졌다.

 


■ 함께 둘러보면 좋을 곳
같은 건물 2층에는 카페, 4층에는 포토스튜디오, 5층에서는 AR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공간들로 구분되어 있고, 지하1층에는 반려동물을 주제로 한 사진 전시회가 진행 중이다. 바로 옆에는 메가박스와 CGV가 위치해 있어 영화 관람 전후로 방문하기도 좋다.


·주소 :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426, 3층 (강남역11번 출구에서 218m)

·운영시간 : 11:00~21:00 / 휴무 없음

·도서 종류 : 독립출간물 에세이, 그림책, 잡지, 사진첩 등 1000여종

·연락처 : 070-4045-8005

·웹사이트 : http://www.instagram.com/at_storage

·개점일 : 2020. 09. 04


필자_임현정

내용 update 확인: 2020.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