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공간 탐방

언제든 좋은 책과 음악 그리고 강연 및 공연까지 인문학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소개합니다. 마음의 여유와 나에게 돌아가는 길을 만나보세요.

맑은 사람들을 위한, 여백서원


"공백조차 여백이 되는 체류하는 마음들의 한복판"


한 손에 잡히는 무거운 책이 없어도 세상을 살아간다. 그러나 한 권의 책 속에서 시공과 무관하게 위대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인생을 다 바친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만큼 엄청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은 귀하다. 이번 시간에는 숨 가쁘게 살아가는 사람들 마음에 맑음을 좀 더 잘 보관할 수 있는 그런 책이 있는 공간, 여주 여백서원을 소개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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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백서원



저 맑고 귀한 사람들을 위한

경기도 여주시 강천면 걸은리에 위치한 여백서원은 세상을 잠시 떠나 자신을 돌아보며 연구 및 창작활동에 몰두하고, 관심 있는 누구나 학문과 예술을 통해 동서양의 문화를 즐기는 곳이다.

2005년 작은 정자 시정詩亭으로 시작하여 2014년 지금의 서원이 완성되었다. 독문학자이자 시인 전영애 선생님이 이름을 짓고 서원지기를 맡아 가꾸고 있다. 괴테를 연구하는 전영애 선생님은 독일 바이마르 괴테학회에서 ‘괴테금메달’을 받을 정도로 국내외에서 공인받는 전문가이다. 여백서원은 사람들이 사회에 마모되지 않고 여유를 갖고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설립하게 되었다. 여백서원의 여백은 지인들로 강직하고 맑아 ‘여백如白’이라는 호를 받으신 그녀의 아버지 전우순 선생을 기리면서 사람들이 맑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기도 하다.

이곳의 소망은 소박하다. 사람들이 세상의 구조에서 마모되지 않고 잘 버텨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가끔, 아니면 생각만이라도 이곳에 와서 숨 돌리고 자신을 돌아보면서 함께 더 말리 나아갈 길을 생각해보는 장소가 되어 주는 것이다. '맑은 사람들을 위한 책집', 여백서원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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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영애선생님과 그녀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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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원의 풍경



나무들의 고아원, 시원詩苑

서원 여백제를 지나 아름다운 정원을 볼 수 있다. 여백서원의 시원이란 이름이 있지만 사람들에게는 나무들의 보육원으로 익숙하다. 전영애 선생님이 서울대 캠퍼스의 계단 틈, 하수구 등에서 나무들을 구출해 조성되기 시작했다. 넓은 뜰에는 괴테송, 어머니송 등 제각기 사연을 간직한 많은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시원은 서와 동가 나누어 볼 수 있다. 왼편 산자락은 우리 고전의 길로 생생지락, 여민해락 같은 세종대왕의 글귀와 고전 시들이 새겨져 있다. 오른쪽 산자락에는 독일 낭만주의의 상징이며 이곳의 우정의 상징인 ‘푸른 꽃 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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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정의 실내와 풍경



동양과 서양의 연결 시정詩亭

시정은 '라이너 쿤체 시인의 뜰'로 시를 짓고 낭송하는 마음이 움트는 곳이다. 쿤체 시인의 집이 있는 아름다운 도나우 강의 물굽이를 굽어보는 언덕, 독일 파사우에도 같은 시정이라는 한옥 정자가 세워져 있다. 2005년 이곳에는 시정만 있었다고 한다. 서원지기인 그녀가 이곳에서 10년 동안 글을 쓰면서 여러 권의 책을 출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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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망대의 풍경


괴테길과 전망대

서원 전체를 감싼 작은 산속에 낸 숲길 산책로로, 시성詩聖 괴테의 지혜와 사랑이 담김 노년의 시편들이 작은 석비로 곳곳에 놓여 있다. 산정에 설치된 전망대에 오르면 온 사방으로 숲의 바다가 멀리까지 바라다 보인다.

한 사람을 위한, 모두를 향한 예정藝亭

숲속 괴테의 길을 끝으로 다시 시작되는 한옥 건물 예정이 있다. 예정은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한 쪽은 꿈꾸는 예술가들에게 열려 있는 소박한 갤러리, ‘갤러리 여백’이다. 기존에 전시와 조금은 다른 예술가를 위한 장소가 마련되어 있다. 작가들의 액자조차 만들지 않은 평범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반년에서 1년 정도 전시하고 있다.

또 다른 부분은 스무 명 정도 관람할 수 있는 작은 야외극장이 있다. 파우스트 극장이라고 이름 붙은 이곳에서 한 달에 한 번 ‘파우스트’ 공연이 열린다. 누구나 자유롭게 공연을 할 수 있는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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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정의 극장


세상을 돌아보다 쉬어가는 우정友亭

외국 학자와 예술가들이 머물며 작업하는 게스트하우스이다. 세계와 학문과 예술의 교류가 이어지고 세계의 벗들과 우정을 나누기 위한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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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백서원의 도서관



서원 앞, 어린이도서관

서원을 들어가는 길목에 차고로 쓰던 건물을 다락방 구조로 개조한 어린이도서관이 있다. 24시간 언제나 개방된 이곳의 주인은 아이들이다. 여백서원의 서원이란 '책 집'인 만큼 책이 있지만 어른들을 위한 것이어서 아이들을 위한 별도의 공간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이 곳의 책들은 전부 기부로 이루어졌다. 아이들을 위한 어른들의 마음과 그 마음을 따라 동심을 잃지 않는 아이들이 '여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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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도서관의 실내


찾아오시는 분들을 위하여

일반 공개일은 매월 마지막 토요일입니다. 함께 시나 희곡을 읽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오월과 시월의 마지막 토요일(오마토, 시마토)에는 각별히 많은 사람들이 모여 글을 읽고 강연을 듣고 연주를 하며 밤을 지새운다.

학문과 문화교류, 한 사회의 근간이었던 서원은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것의 한 예이다. 우리 시대의 학문과 정신문화로 익하면서도 새로운 책집(서원)이다. 건물이나 그 안에 소장된 것들은 우리가 그동안 잊고 있던 전통을 알려준다. 그러면서 우리가 넓혀가야 할 서양과의 만남 또한 소중히 여기는 곳이다.

일상을 감내하며 사는 고단한 몸에야 어차피 여유란 없다. 혼자서 고꾸라지고, 그러다가도 부풀어 오르기를 반복하는 마음에 빈자리가 있을지 모른다. 우리는 순간에 마음을 붙들 길이 없음을 안다. 다만 어떤 내 안에 움직이지 않는 것을 세워보려는 건 아닌지. 가을이 깊어가는 요즘, 우리의 마음에 조금의 빈자리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가을이 가고 다시 가을이 오기까지 철이 들어갈수록, 마음에 지니는 조금의 여백은 일상을 조금 더 맑게 해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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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사된 오래된 책



·주소 : 경기도 여주시 강천면 가정긴골길 255-31 

·운영시간 :매달 마지막주 토요일 마다 공개, 매해 5월과 10월 마지막주 토요일의 특별한 행사를 진행한다.

·음반 및 도서 : 동서양의 문학도서

·인문 프로그램 : 예술 공연과 인문학 강연

·연락처 : 070-4120-8055

·시설 : 책과 문학을 사랑하는 시민들, 그리고 외국 학자들의 연구와 삶의 여백을 원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전통한옥공간.

·웹사이트 : https://www.yeobaek.or.kr/ ·SNS : https://www.facebook.com/yeobaekseowon

·개점일 : 2014년 10월 25일


필자_큐레이터 이서련

내용 update 확인: 2021.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