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공간 탐방

언제든 좋은 책과 음악 그리고 강연 및 공연까지 인문학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소개합니다. 마음의 여유와 나에게 돌아가는 길을 만나보세요.

책 처방이 있는 읽는 약국, 사적인 서점

몸이 아플 때 필요한 약을 파는 약국을 찾아가듯,
마음이 아플 때, 마음이 심란할 때, 고민이 있을 때,
‘읽는 약’을 파는 서점을 찾아간다.
한 사람을 위한 책처방전이 있는 읽는 약국,
사적인 서점이 바로 그곳이다.
잠실역 8번 출구와 지하로 연결된 교보문고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오른편에 위치한 작은 서점,
그 앞에 <읽는 약국> 이용법이라는 안내가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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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적인 서점 외관, 그 앞에 ‘읽는 약국‘ 이용법 안내판



작고 아담한 2평 남짓한 공간에 꾸며진 서점에는 일반 책들과 종이포장 된 책들이 구분되어 있다. ‘읽는 약국’ 진열장에는 다양한 이들을 위한 처방전이 책표지에 적혀있다.
「현실에 발을 딛고 선 이상주의자가 되고 싶은 당신에게」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하는 당신에게」
「너무 늦은 게 아닐까 마음이 조급한 당신에게」
「헤어짐이 두려워서 마음껏 사랑하지 못하는 당신에게」
「화를 잘 내는게 어려운 당신에게」
사적인 서점의 주인장 윤지혜 작가가 처방한 80여권의 책들이 서점 한 켠을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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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관계를 위한 처방책 | 읽는약국, 처방전 있는 도서들


2016년 홍대점을 오픈해 사적인 서점 시즌1을 2년간 운영하다 잠시 쉼을 갖고 지난 7월 잠실 교보문고 안에 숍인숍 형태로 시즌2를 시작한 사적인 서점. 한 사람을 위한 맞춤형 책처방을 제공한다는 컨셉이 신선하다.

“덴마크에는 모든 국민들에게 주치의가 있습니다. 주치의들은 보통 한동네에 자리 잡으면 은퇴할 때까지 그 곳에서 일하기 때문에 오래 사귄 동네친구나 다름없다고 해요. 덴마크의 주치의처럼 책으로 인생을 보살피는 서점을 꿈꾸며 교보문고 잠실점에서 시즌2를 시작합니다. 지난 한 주는 어땠는지, 요즘 관심사는 무엇인지, 최근에 읽은 책은 재미있었는지, 한 사람, 한 사람의 독서 차트를 관리하고 맞춤책을 처방해드립니다.”
- 윤지혜 작가의 서점 소개글 중 -

맞춤형 책처방 프로그램은 책처방사와 일대일 상담으로 진행된다. 30분 동안 진행되는 기본 프로그램(비용 5만원)과 1시간짜리 심화 프로그램(비용 8만원)이 있다. 예약은 홈페이지 (http://sajeokin-bookshop.com)를 통해 가능한 일정과 원하는 프로그램, 그리고 책처방사를 선택해면 되는데, 현재 사적인 서점 잠실점에는 윤지혜 작가, 이미화 작가, 하현 작가 이렇게 3명의 책처방사가 있다. 책처방사 작가들의 저서를 서점에 진열해 두어 상담할 처방사를 선택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기본 처방 프로그램은 상담 받은 당일 책처방 결과와 도서를 받게 되고, 심화 과정은 1주일 뒤에 주소지로 결과와 처방된 도서를 발송해준다.

매장에 있던 매니저님이 책처방 상담 받은 경험담을 나눠주셨다.
“예약한 상담을 앞두고 무슨 이야기를 해야할지 고민했지만 뚜렷한 주제를 갖지 못한 채 하현 작가님과 마주앉았어요. 처음에는 낯선 사람에게 내 이야기를 하는 게 어색해 긴장도 되었지만 작가님께서 친근하게 다가와 주셨고 자연스럽게 건네는 질문을 따라서 생각나는 것들을 꺼내 놓다 보니 어느새 정신없이 이야기를 하고 있더라구요. 내 속마음을 입 밖으로 내뱉고 나니 불편했던 고민도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마지막에는 작가님이 어떤 이유로 이 책들을 처방했는지 설명해주실 때는 코끝이 찡해졌어요. 책 한권에서 얻은 용기가 타인의 고민을 어루만질 수 있기를 바라는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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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점에 마련된 상담소 입구 | 3명의 책처방사들의 저서


처방전이 있는 책 외에도 다양한 소설과 에세이, 시집, 그림책 등 250여권이 입고되어 있다. 샘플 책들 중 추천 메시지와 인덱스가 붙어 있는 도서들이 있다. 주인장과 매니저들이 먼저 읽으면서 감동적이거나 공유하고 싶은 내용에 손수 밑줄을 긋고 표시해 두어 고객들이 도서를 선택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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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메시지와 인덱스가 붙어있는 샘플 도서들


목적지가 적힌 티켓과 책, 그리고 여행

최근 코로나로 여행이 어려워진 사람들을 위해 <책을 통한 여행>을 주제로, 책 제목과 저자, 내용을 볼 수 없도록 꼼꼼히 가린 채, 목적지가 적힌 티켓만 동봉해 판매하고 있다. 책을 읽으며 만나게 될 목적지는 “63개의 근사한 창문을 가진 뉴요커의 집”, “봄의 제주에서 보내는 단순하지만 충만한 일주일”, 또는 “100년 전 근대로 떠나는 시간 여행” 등 다양하다. 목적지 외에 다른 정보를 모른 채 상상하며 이야기를 읽다보면 더욱 설레는 마음으로 이야기에 집중하며 빠져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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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통한 여행> 전시, 책을 통한 목적지가 적힌 티켓이 동봉되어 있다


이달에는 시간의흐름 출판사의 <말들의 흐름> 시리즈 도서를 전시하고 있다.
10명의 작가들이 모여 끝말잇기처럼 제목을 정하고 각자의 산문집을 완성해 출간할 시리즈이다. 현재는 커피와 담배, 담배와 영화, 영화와 시, 시와 산책, 산책과 연애, 연애와 숲까지 6권이 출간되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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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적인 서점 앞 진열장에 전시된 <말들의 흐름>시리즈


교보문고라는 대형서점 안에 자리한 자그마한 사적인 서점은 책을 사랑하는 주인장이 책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격려, 그리고 설레임과 기쁨, 회복을 전하고자 하는 마음이 가득한 공간이다. 오랜만에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 될 때, 힘겨운 일로 마음이 무겁고 지칠 때, 좋아하는 친구에게 책으로 마음을 전하고 싶을 때, 또는 무료하고 심심할 때, 어떤 식으로든 답을 찾을 수 있는 장소로 사적인 서점을 추천한다.

■ 함께 둘러보면 좋을 곳

사적인 서점이 위치한 롯데캐슬프라자에는 교보문고, 롯데슈퍼, 쇼핑몰 외에도 다양한 레스토랑이 입점해 있다. 지하1층에는 애슐리퀸즈 뷔페, 2층에는 도쿄등심, TGIF, 중식당 Chai797, 왕갈비냉면집 고복식당, 1층에는 앤젤리너스커피점도 있어 식사와 휴식, 그리고 쇼핑을 하기 좋게 구성되어 있다.


·주소 :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1길 92 102호 

·운영시간 : 매일 12:00~21:00(예약제)

·휴무일 : 화, 수, 목

·도서 종류 : 소설, 에세이, 시, 동화, 그림책 등 300여권

·연락처 : 070-4151-1001

·홈페이지 : http://sajeokin-bookshop.com/

·개점일 : 2020. 07


필자_임현정

내용 update 확인: 2020.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