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지관

위클리 지관에서는 평범한 일상속에서 잠시 '멈춤'신호를 받을 수 있는 삶의 물음들을 살펴봅니다. 책, 영화, 강연, 칼럼 등 다양한 컨텐츠를 통해서 매주 하나의 물음을 사유합니다. 매주 수요일,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VOL.202] 꽃 한 송이, 별 하나에 경탄하는 사람

이치훈
2025-08-06
조회수 222

51938_1667268674.jpg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가며 일상을 주춤하게 만드는 때입니다. 여러분 마음의 날씨는 어떠한지요? 살펴보면, 이상 기후가 꼭 저 창밖의 일만은 아닌 듯합니다. 계절력은 내일이면 새 가을의 시작(입추, 立秋, 2025년 8월 7일)을 알립니다. 여름의 끝자락, 유난했던 이 여름의 날씨를 기억하며, 안팎의 기후를 위한 작은 실천 하나씩 가슴안에 눌러 적으며 달력을 넘기시면 좋겠습니다.


51938_2934029_1754393311041127312.png
김기석 목사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목사이자 청파교회의 前 담임목사 / 現 원로목사)

과거에 비해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정신의 여백은 점점 줄어드는 세상이다. 모두가 행복을 추구하지만, 행복을 누리지는 못한다. 행복에 대한 집착이 오히려 행복을 저해한다. 감당할 수 없는 속도로 우리를 몰아가는 세상에 적응하느라 삶을 성찰할 고요한 시간을 잃어버렸다. 수많은 정보가 명멸하는 그 짧은 시간의 환등상 속에서 부유하느라 모두가 숨이 가쁘다. - 김기석의 ‘지혜의 언어들’ 중에서.


이토록 우리네 사회에 갈등과 사건·사고가 많았던가요. 스마트폰 속 포털의 뉴스 창에는 눈에 담기도 어려울 만큼 끔찍한 사회 소식들이 매일 쏟아집니다. 정보기술의 발달이 너무 많은 곳의 너무 많은 소식을 실시간으로 퍼 나르는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갈수록 더해가는 끔찍함과 빈번함은 자꾸만 눈길과 손길을 현실로부터 먼 데로 숨게 만듭니다. 그러나 아무리 두꺼운 커튼을 치고, 아무리 세상일에 눈길과 손길을 거두어도 내면의 근본적인 질문은 더욱더 부풀어 커져만 갑니다. ‘이대로 살아도 괜찮은 걸까?’, ‘정말이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기후 변화부터 무력 충돌, 무역 갈등, 범죄 및 치안 위협, 식량 안보 위기 등 인류가 안은 위기의 테두리가 지구의 둘레를 훌쩍 넘어, 점점 더 넓게 커질수록 인간은 본질적인 두려움과 삶에 대한 근본 질문을 마주하게 됩니다. 어쩌면 이것은, 김기석 목사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일종의 기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도란 현실의 가장자리로 떠밀리고 있는 내 마음을 영원한 평화가 있는 곳에 붙들어매기 위한 일체의 행위다. 그래서 배고픈 아이의 울음도 망연자실한 농부의 시선도 모두 다 기도일 수 있다’  

51938_2934029_1754394642126910439.png
지난 6월 발간된 김기석 목사의 신간. 삶에 지친 이들에게 건네는 지혜의 메시지 [지혜의 언어들]

따뜻한 음성으로 신학과 인문학의 경계를 아우르며 현대인을 위한 ‘지혜의 언어들’을 펼치는 김기석 목사는, 최근 43년간 섬기던 청파교회 담임 목사직을 내려놓고 온라인 설교와 저술을 통해 세상과 만나는 ‘경계 없는 목회자’로 살아갑니다. 코로나 이후 CBS〈잘 믿고 잘 사는 법〉 방송과 유튜브 조회수 백만을 넘보는 온라인 설교로 수십만 명의 대중과 함께 호흡하고, 오랜 신부전증 투병에도 봄 햇살 같은 미소를 잃지 않으며 ‘쉼과 여백’을 강조합니다. 오늘은 우리 시대 설교자 김기석 목사와의 지난 2022년 인터뷰를 통해, 이 시대의 일상 속 본질적인 불안과 근본 질문에 대한 지혜를 찾아 듣고자 합니다.


51938_2934029_1754396320717535966.png

51938_2934029_1754395584694152791.png
김기석 목사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목사이자 청파교회의 前 담임목사 / 現 원로목사)

제어되지 않는 욕망으로 힘든 사람들에게

“해녀들이 물속에서 숨을 참다 숨이 끊어지기 직전 수면으로 올라와 휘파람처럼 길게 내는 ‘호이~ 호이~’ 소리를 ‘숨비’라고 한다. 해녀들이 물속에서 좋은 물건을 발견하고 욕심을 내서, 숨을 내쉬지 못하고 삼키는 순간 죽음에 이른다. 과도한 욕망에 시달리다 보면 자유도 행복도 없다. 여우가 울타리 안의 포도를 먹고 싶지만 접근할 수 없을 때, ‘저 포도는 시어서 못 먹어’라고 한 것을 ‘슬픈 자기위안’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포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위험에 빠지지 않는다.”


행복의 비결에 대하여

“‘행복해져야지’는 생각을 내려놓으면 된다. 산에 올라갈 때 다리가 아파 ‘내가 뭐하려고 여기까지 온 거야’ 하다가도 고갯마루에 올라선 순간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아, 이걸로 됐어’라며 자족한다. 산에 오르듯 삶도 힘든 게 당연한 것인데 힘들지 않으려고만 하니 더 힘들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니 차라리 행복해지려고 하지 않는 게 좋다. 오히려 조금 덜 갖고 조금 더 불편하게 살기로 마음 먹는 순간 행복이 우리 곁에 다가온다.”


불평불만이 많은 사람의 특징은

“자기 속에 기본값이 너무 부족해 항상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자기를 위해 봉사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이미 있는 것을 귀히 여기고 누릴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사람들이다. 그런 분들을 만나면 피곤하다. 어떤 분들은 누군가를 부정적으로 말할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난 듯 보이기도 한다. 세상을 자기 기준으로만 보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불구로 만든다.”


희망이 없다며 절망하는 이들에게

“냉소나 허무주의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세상을 직시해야 한다. 물질주의의 챔피언들이 만든 게임의 법칙을 따르기보다는 자신의 길을 만들려는 의지와 당당함이 필요하다. 분명한 것은 누구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투덜거린다고 내 인생이 좋아진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자본주의 소비 패턴을 따라가면서 수입과 욕망 사이에 갭을 메울 수 없어 투덜거리는 것은 병적 징후다. 내 삶 속에서 제법 쏠쏠한 것들을 찾아내 주체적으로 살아가야 한다. 예수님은 머무는 곳 어디에서나 삶을 작은 축제로 바꿨다. 길들여지는 것처럼 슬픈 게 없다. 광고나 매스컴이 만든 삶만 동경하며 ‘살 맛 없다’고 하기보다는, 익숙한 데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찾기를 두려워하지 말고 ‘여기도 제법 좋은 삶이네’라고 자족하는 삶이 되면 좋겠다.”


51938_2934029_1754396613682305743.png

참된 삶이란

“누군가의 이웃이 됨으로써 참사람이 될 수 있다. 누군가를 품으려고 마음을 여는 순간 예기치 않은 생명의 힘이 생겨난다. 참삶은 나 스스로가 존귀해지는 게 아니고, 누군가에게 나를 선물로 내어줄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참사람을 만난 적이 있나

“늘 직면하고 있을 때는 잘 모른다. 그분이 부재할 때 아름다웠다는 것을 느낀다. 40년 넘게 목회를 했는데 아름답게 떠오르는 분들이 있다. 재미있는 건, 그분들이 많이 배운 분들이 아니라는 거다. 가난하고 힘들게 살았는데, 아름다운 삶으로 기억되는 분들이 있다. 배움과 참사람이 비례하는 게 아니더라.”


성경에 ‘마음이 가난하면 복이 있나니’라고 했는데, 마음이 가난하다는 의미는

“빈자들의 아버지 피에르 신부는 마음이 가난하다는 것은 ‘매일 저녁 나의 능력과 특권과 재능과 학식을 가지고 약자들과 가난한 자들을 위해 무얼 했는가라고 자문하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삶은 타자의 고통에 응답하려는 마음을 통해 변화가 일어난다. 배고픈 이에게 따뜻한 밥 한끼 대접하고 싶은 마음에 밥 한끼를 금식하거나 그들을 위해 밥상을 차릴 때 우리 식탁은 성찬이 된다. 외로운 이의 벗이 되어주려고 분주한 일상의 한 부분을 잘라낼 때 우리의 남은 시간은 의미로 충만한 시간이 된다.”


잠시 멈춤, 침묵, 성찰을 자주 강조하는 까닭은

“너무 바쁘게 살다 보면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잊어버린다. 나는 공원을 걷다 해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해찰하면서 봄이면 피어나는 꽃들을 본다. 사람들이 안식이 없고 평안함을 누리지 못하는 것은 너무 속도를 숭상해 분주해서다. 잠시 멈춰서 하늘을 보고 산들바람을 맞을 여유가 있어야 우울감도 사라지고 인간다움을 되찾을 수 있다. 반칠환의 시를 보라.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고 한다.”


51938_2934029_1754397144871984010.png

한국은 가장 경쟁적인 사회로 손꼽히는데, ‘경쟁’이 가져다주는 문제점에 대하여

“경쟁은 자극을 주어 성과를 내게 하는 자본주의의 작동 방식이다. 그러나 경쟁을 내면화하는 순간, 협력해야 할 때도 경쟁하고, 이완해야 할 때도 긴장하게 한다. 타인을 밟고 올라가도 아래에서 잡아끌지 모르니 불안할 수밖에 없다. 경쟁은 타자를 소중한 이웃으로 보지 못하고 우리 마음에 차단막을 치곤 한다. 인간은 본래 경쟁하는 주체로 만들어진 것일까? 소설가 존 쿳시는 ‘경쟁은 전쟁의 순화된 대체물’이라고 말했다. 경쟁은 사람들이 선택한 삶의 방식이지 필연적인 삶의 양식이 아니다. 경쟁은 평화나 공존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우리의 강강수월래는 높낮이가 없다. 원 밖에서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을 보면 ‘왜 밖에 있느냐’면서 손을 잡고 함께한다. 그러면 원이 더 커지고, 더 흥겨워진다.”


자본주의 시스템이 소비사회의 신민, 노예를 만든다고 한 뜻은

“자본주의는 그야말로 돈이 본이 되는 세상이다. 돈이 곧 자유라는 환상을 심어준다. 미국 출신의 철학자 데이비드 로이는 ‘돈의 유혹에 빠지면 그 순수한 수단을 얻기 위하여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한다. 즉 지구는 자원이 되고, 우리의 시간은 노동이 되고, 우리의 관계는 이용해야 할 연줄이 된다’고 했다. 발터 벤야민은 돈을 유사전능성이라고 했다. 돈을 가지면 못할 일이 없는 듯이 보여 갑질 행위도 마음대로 한다. 돈의 힘에 매달리는 순간 자신이 전능화된 것처럼 느껴져서다. 그렇게 돈의 노예가 된다.”


“꽃 한송이와 별을 보며 경탄할 수 있는 사람은 남의 명품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내면이 헛헛하면 욕망의 포로가 된다. 한번뿐인 인생을 그 욕망에 끌려다니며 늘 지는 싸움만 하고 산다는 것은 비참한 일이다. 자본은 누군가를 카피하도록 만든다. 유대인 신학자 요슈아 헤셀은 ‘우린 오리지널하게 태어났는데, 카피하며 살고 있다’고 했다. 그게 바로 타락이다.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갈 내적 힘이 있어야 하는데 카피하며 살아가니 말이다.”


위 글은 2022년 1월 5일 발행된 <한겨레>X재단법인 <지관> ‘마음건강법을 인생멘토에게 묻다’ 시리즈 "돈과 욕망의 포로, 그것이 타락 (김기석)" 인터뷰에서 발췌한 글들을 각색/편집하여 사용하였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https://jigwan.org/28/?q=YToy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zOjQ6InBhZ2UiO2k6ODt9&bmode=view&idx=9343952&t=board

Masakatsu Takagi는 교토 출신의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로, 대중에겐 애니메이션 영화 『늑대 아이』(Wolf Children, 2012) OST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그는 2013년 효고현 산촌으로 거처를 이주해, 집에서 창문을 활짝 열고 자연의 소리와 함께 즉흥 피아노 연주를 담은 ‘Marginalia’ 시리즈를 2019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Marginalia’는 미리 쓰거나 편집을 거치지 않고 원 테이크 그대로 녹음한 피아노 솔로 곡으로, 연주와 자연이 마치 한 목소리로 호흡하는 듯한 음악 풍경을 선사합니다.

‘Marginalia’는 매주 디지털로 한 편씩 발표되어 지난 월요일(8월 4일) 203번째 곡이 발표되었으며, 그의 음악은 일상의 여백 속에서 순간의 아름다움을 포착하도록 자연스럽게 돕습니다. 음악과 자연의 미묘한 대화를 그대로 기록한 Masakatsu Takagi의 ‘Marginalia’ 92번째 곡을 골라 왔습니다. 여러분의 일상에 이 자연스러운 음악이 어우러져 잠깐의 쉼과 여백을, 무심코 지나쳐온 이 여름날의 내음을 늦지않게 만나시길 바라며.
Masakatsu Takagi - Marginalia #92

김기석 목사는 “매사 의미 있는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는 법이니, 친구들과 마음의 짐을 풀어놓고 농담하고, 수다 떨고, 킬킬거리며 숨구멍을 열어주라”고 말합니다. 우정의 연대가 더욱 필요한 시대라는 것입니다. 이 글이 무겁던 두려움과 혼란을 잠시 멈추고, 가벼이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틈을 건네주기를.


51938_2934029_1754399256338870509.png

구독 링크 공유하기! 👉공유하기
지난 호가 궁금하다면? 👉보러가기
인문 큐레이션 레터 《위클리 지관》 어떠셨나요? 
당신의 소중한 의견은 저희를 춤추게 합니다🤸‍♂️
homepage2-snsC.pngfacebook-snsC.pnginstagram-snsC.pngyoutube-snsC.pnghomepage-snsC.pngchannel-snsC.png
재단법인 止觀
인문 공간 지관서가를 기획합니다.
인문 큐레이션 레터 위클리 지관을 발행합니다.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7길 32 SK관훈빌딩 11층
수신거부

한 주간 성찰해 볼 만한 삶의 작은 물음들을 책, 강연, 다큐, 영화, 기사 등 다양한 인문 콘텐츠를 통해 살펴보는 큐레이션 레터, 위클리 지관!
위클리 지관과 함께하는 순간, 당신의 삶이 더욱 깊이 있고 단단해질 거예요.^^ ▶아카이빙 보기

구독 신청을 하시면 "매주 수요일 오전 8시 30분" 가장 먼저 위클리 지관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뉴스레터 발송을 위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합니다. 수집된 정보는 발송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며,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구독을 해지할 경우 즉시 파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