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글몽글 따스한 봄소식 보다 먼저 세상에 도착한 전쟁 소식에 괜스레 마음에 냉기가 도는 요즘입니다. 먼 나라 이야기라 외면하기엔 우리는 이미 너무 가깝고, 연결된 세계에 살고 있기에, 오늘의 현실이 더욱 아픕니다. |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요. 그렇게 세계가 무너지고 파괴될 때에도 결코 ‘예술’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중세 전쟁 속에서도 대성당이 지어졌고, 전제 정치의 시대에도 문학은 저항했습니다. 폐허를 응시하고 기록하고, 쉼 없이 질문을 던지며.... 오히려 가장 어두운 시대에 가장 강렬한 빛을 내곤 했죠. 나치가 스페인의 '게르니카' 지역을 무차별 폭격했을 때, 피카소가 <게르니카>라는 대작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세계에 알렸듯이, |
전쟁은 삶을 흔들지만, 예술은 삶을 다시 세웁니다. |
파블로 피카소 <게르니카> 1937 / 출처: 스페인 레이나 소피아 국립미술관 |
독일의 극작가이자 시인 브레히트는 예술을 '망치'에 비유합니다. 예술이라는 망치는 조용하지만 거침없이, 현실의 균열을 두드리고 저항하며 다른 가능성을 빚어냅니다. |
3월의 미술계에도 어쩌면 망치처럼, 통념의 틀을 깨줄 새로운 전시 소식이 가득합니다. 혼돈의 계절을 건너는 여러분의 일상을 자극하는 신선하고 즐거운 파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
이번 중동 전쟁으로 전쟁의 패러다임은 대전환을 맞았습니다. 인간을 대신해 AI가 적의 위치를 파악해 단 몇 초 만에 목표물을 타격하는, 그야말로 AI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
일반인들도 누구나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전 세계 어디든 손바닥처럼 들여다볼 수 있는 시대가 된 지 오래입니다. |
그러나 ‘지도’라는 정보의 문턱이 너무나 높았던 시대도 있었죠.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이 한창이던 조선 역시 그랬는데요. 그 시절 무려 30여 년간 국토를 발로 누비며 홀로 지도를 만든 사람, 고산자(古山子) 김정호의 이야기, 잘 알고 계시죠? 김정호의 집념으로 탄생한 대동여지도는 본래, 전국의 지도를 22첩으로 나누어, 휴대가 편하게 만든 접이식 지도였다는데요. 책에서만 볼 수 있었던 이 모든 판본을 하나로 펼친 전도가 공개되어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
국립중앙박물관이 '역사의 길'에 공개한 대동여지도는 세로 약 6.7m, 가로 약 3.8m로, 무려 아파트 3층 높이에 육박합니다. 한 사람의 집념으로 탄생한 지도의 압도적인 스케일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인데요. 그 웅장함도 대단하지만 오늘날 위성으로 촬영한 한반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만큼 정확하고 세밀한 표현 또한 놀랍기만 합니다. |
■ 시 간: 월/화/목/금/일 10:00~ 18:00 수/토 10:00~21:00 (폐관 30분 전 입장 마감) ■ 장 소: 서울 용산구 서빙고로137 국립중앙박물관 |
때마침 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이 새 단장을 마치고,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서화실 재개관을 기념한 첫 전시로 겸재 정선 탄생 350주년 '겸재 정선! 아 우리 강산이여!'도 개막했는데요. 진경산수화의 창시자인 겸재 정선(1676-1759)의 <신묘년 풍악도첩>(보물), <박연폭포>,<인왕 제색도>,<금강전도>등의 걸작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시간을 통해, 우리 강산의 아름다움을 느껴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
■ 시 간: 월/화/목/금/일 10:00~ 18:00 수/토 10:00~21:00 (폐관 30분 전 입장 마감) ■ 장 소: 서울 용산구 서빙고로137 국립중앙박물관 |
배우 박신양이 화가로 변신해, 보이지 않는 경계를 허무는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전시 제목인 ‘제4의 벽(The Fourth Wall)’은 연극에서 무대와 관객 사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경계를 뜻한다는데요. 이번 전시는 평면적인 회화 전시가 아닙니다. 박신양이 화가이자 연출가가 되어 관객과 함께 호흡하고 감정을 나누는 국내 최초의 연극적 전시라는 점에서 눈길을 끕니다. |
■ 시 간: 10:00-19:00 (입장마감18:00/휴관 없음) 📌 3월6일(금) ,3월9일(월) 15시 전시 시작 ■ 장 소: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175 세종문화회관 |
미술관에 작품을 보러 갔는데, 작품이 하나도 없다면 어떨까요? 게다가, 전시 작품에 대한 소개를 담은 도록도 없습니다. 오직 찰나에만 존재하는 형체 없는 미술이라면 상상이 가시나요? |
미술관을 비워둔 채, 오직 사람들의 움직임 만으로 만들어지는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가 있습니다. 시카고 현대미술관,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등, 세계 곳곳에서 파격적인 전시를 선보이며 화제를 모은 이 작가의 이름은 티노 세갈, 2013년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 사자상을 수상하며 미술계에 새 바람을 일으킨 인물입니다. |
티노 세갈은 전시를 열 때마다 생산되고 전시가 끝남과 동시에 버려지는 기존의 예술 창작 방식에 도전하고자 사물을 제작하지 않는 이른바, ‘탈 생산(de-production)’방식을 추구하기 시작했다는데요. 형체 없는 미술, 물질이 아닌 상호작용으로 표현되는 예술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
기록되지 않는 형체없는 예술을 느껴보고 싶다면, 티노 세갈의 한국 첫 개인전을 방문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이번 한국 전시에도 그의 철학이 분명하게 유지됩니다. 미리 전시된 작품이 없는 대신, 전문 무용수들이 함께하며 미술사의 수많은 ‘키스’ 장면을 재구성하고, 관객과 함께 작품을 완성합니다. 전시 도록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일체의 사진과 동영상 촬영도 제한됩니다. 오로지 관람객의 감각과 기억으로만 만날 수 있는 예술인 만큼, 한국 관람객들에게도 새로운 도전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티노 세갈 <구성된 상황>/ 출처: 리움미술관 |
티노 세갈이 큐레이팅한 리움미술관 소장품들/ 출처:리움미술관 |
■ 기 간: 2025.3.3~2026.6.28 ■ 시 간: 화-일 10:00~18:00
■ 휴관일: 매주 월요일 ■ 장 소: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55길 60-16 리움미술관 |
현대 미술에서 가장 논쟁적인 인물을 꼽으라면 이 사람을 빼놓을 수 없겠죠? 미술계의 악동으로 불리는 영국의 현대미술가 데미안 허스트가 한국에 옵니다. 데미안 허스트는 죽은 소와 상어 등 동물의 사체를 미술관에 전시함으로써, 죽음과 영생, 인간의 욕망과 자본주의의 모순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왔는데요. |
이번 전시에는 회화, 설치, 조각 등 데미안 허스트의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약 60여 점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입니다. 특히, 실제 해골에 다이아몬드 8,601개를 박아 만든 것으로 유명한 그의 대표작 ‘신의 사랑을 위하여(For The Love of God)‘와 함께, 상어의 사체를 담은 ‘살아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 등의 대표작들이 대거 공개될 예정입니다. |
데미안 허스트 <신의 사랑을 위하여>/ 출처: 국립현대미술관 |
데미안 허스트<살아 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 출처: Damien Hirst and Science Ltd |
■ 기 간: 2026.3.20~2026.6.28 ■ 시 간: 월,화,목,금,토,일 10:00~18:00
📌수요일 야간 개장(~21:00)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
3.1 만세운동 107주년을 기념해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조명하는 전시회가 광주에서 개막했습니다. 학생, 교사, 기생 등 수많은 여성들이 손가락을 잘라 혈서를 쓰고 만세 운동에 참여하거나, 비밀 결사를 만들어 일제에 저항했지만, 공식 기록 속에서는 축소되거나 생략된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번 전시는 107년 전 광주 3.1만 세 운동의 기록과 흔적 그리고 윤석남, 류준화, 김희상 3명의 작가의 작품을 통해,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숭고한 희생을 조명합니다. |
■ 기 간: 2026.2.20~2026.4.26 ■ 시 간: 10:00~18:00 ■ 휴관일: 매주 월요일 이강하미술관 |
인문 큐레이션 레터 《위클리 지관》 어떠셨나요? 당신의 소중한 의견은 저희를 춤추게 합니다🤸♂️ |
재단법인 止觀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7길 32 SK관훈빌딩 11층 수신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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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혼돈의 시대 앞에 서고 말았습니다.
몽글몽글 따스한 봄소식 보다 먼저 세상에 도착한 전쟁 소식에 괜스레 마음에 냉기가 도는 요즘입니다. 먼 나라 이야기라 외면하기엔 우리는 이미 너무 가깝고, 연결된 세계에 살고 있기에, 오늘의 현실이 더욱 아픕니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요. 그렇게 세계가 무너지고 파괴될 때에도 결코 ‘예술’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중세 전쟁 속에서도 대성당이 지어졌고, 전제 정치의 시대에도 문학은 저항했습니다. 폐허를 응시하고 기록하고, 쉼 없이 질문을 던지며.... 오히려 가장 어두운 시대에 가장 강렬한 빛을 내곤 했죠. 나치가 스페인의 '게르니카' 지역을 무차별 폭격했을 때, 피카소가 <게르니카>라는 대작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세계에 알렸듯이,
전쟁은 삶을 흔들지만, 예술은 삶을 다시 세웁니다.
독일의 극작가이자 시인 브레히트는 예술을 '망치'에 비유합니다. 예술이라는 망치는 조용하지만 거침없이, 현실의 균열을 두드리고 저항하며 다른 가능성을 빚어냅니다.
3월의 미술계에도 어쩌면 망치처럼, 통념의 틀을 깨줄 새로운 전시 소식이 가득합니다. 혼돈의 계절을 건너는 여러분의 일상을 자극하는 신선하고 즐거운 파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번 중동 전쟁으로 전쟁의 패러다임은 대전환을 맞았습니다. 인간을 대신해 AI가 적의 위치를 파악해 단 몇 초 만에 목표물을 타격하는, 그야말로 AI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일반인들도 누구나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전 세계 어디든 손바닥처럼 들여다볼 수 있는 시대가 된 지 오래입니다.
그러나 ‘지도’라는 정보의 문턱이 너무나 높았던 시대도 있었죠.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이 한창이던 조선 역시 그랬는데요. 그 시절 무려 30여 년간 국토를 발로 누비며 홀로 지도를 만든 사람, 고산자(古山子) 김정호의 이야기, 잘 알고 계시죠? 김정호의 집념으로 탄생한 대동여지도는 본래, 전국의 지도를 22첩으로 나누어, 휴대가 편하게 만든 접이식 지도였다는데요. 책에서만 볼 수 있었던 이 모든 판본을 하나로 펼친 전도가 공개되어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역사의 길'에 공개한 대동여지도는 세로 약 6.7m, 가로 약 3.8m로, 무려 아파트 3층 높이에 육박합니다. 한 사람의 집념으로 탄생한 지도의 압도적인 스케일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인데요. 그 웅장함도 대단하지만 오늘날 위성으로 촬영한 한반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만큼 정확하고 세밀한 표현 또한 놀랍기만 합니다.
■ 안 내: 02-2077-9000
■ 안 내: 02-2077-9000
전시와 연극 그 경계를 허물다.
배우 박신양이 화가로 변신해, 보이지 않는 경계를 허무는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전시 제목인 ‘제4의 벽(The Fourth Wall)’은 연극에서 무대와 관객 사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경계를 뜻한다는데요. 이번 전시는 평면적인 회화 전시가 아닙니다. 박신양이 화가이자 연출가가 되어 관객과 함께 호흡하고 감정을 나누는 국내 최초의 연극적 전시라는 점에서 눈길을 끕니다.
■ 안 내: 02-399-1000
미술관에 작품을 보러 갔는데, 작품이 하나도 없다면 어떨까요? 게다가, 전시 작품에 대한 소개를 담은 도록도 없습니다. 오직 찰나에만 존재하는 형체 없는 미술이라면 상상이 가시나요?
미술관을 비워둔 채, 오직 사람들의 움직임 만으로 만들어지는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가 있습니다. 시카고 현대미술관,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등, 세계 곳곳에서 파격적인 전시를 선보이며 화제를 모은 이 작가의 이름은 티노 세갈, 2013년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 사자상을 수상하며 미술계에 새 바람을 일으킨 인물입니다.
티노 세갈은 전시를 열 때마다 생산되고 전시가 끝남과 동시에 버려지는 기존의 예술 창작 방식에 도전하고자 사물을 제작하지 않는 이른바, ‘탈 생산(de-production)’방식을 추구하기 시작했다는데요. 형체 없는 미술, 물질이 아닌 상호작용으로 표현되는 예술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티노 세갈(Tino Sehgal 1976~)/ 출처: 비엔날레 홈페이지
기록되지 않는 형체없는 예술을 느껴보고 싶다면, 티노 세갈의 한국 첫 개인전을 방문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이번 한국 전시에도 그의 철학이 분명하게 유지됩니다. 미리 전시된 작품이 없는 대신, 전문 무용수들이 함께하며 미술사의 수많은 ‘키스’ 장면을 재구성하고, 관객과 함께 작품을 완성합니다. 전시 도록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일체의 사진과 동영상 촬영도 제한됩니다. 오로지 관람객의 감각과 기억으로만 만날 수 있는 예술인 만큼, 한국 관람객들에게도 새로운 도전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출처: 비엔날레 홈페이지
티노 세갈이 큐레이팅한 리움미술관 소장품들/ 출처:리움미술관
데미안 허스트 <신의 사랑을 위하여>/ 출처: 국립현대미술관
데미안 허스트<살아 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 출처: Damien Hirst and Science Ltd
■ 휴관일: 매주 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