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정말 존재할까요? 우리는 시간이 흐른다고 당연하게 믿습니다. 시계를 보고, 일정을 계획하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구분합니다. 어제가 있었고 오늘이 있으며 내일이 올 것이라 의심 없이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카를로 로벨리는 이 익숙한 생각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시간이 정말 존재하는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그 흐름이, 그 방향성이 실제로 존재하는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시간은 어쩌면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중 하나일 뿐일지 모릅니다.
생각해보면 우리 삶에서도 세상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내가 달라져서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시작했을 때를 생각해보세요. 집 앞 익숙한 길을 매일 지나다니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길옆의 꽃가게를 발견합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없던 가게가 아닐거예요. 그 가게는 한 달 전부터, 혹은 1년 전부터 거기 있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꽃이 보입니다. 꽃향기가 가득하고, 마음이 설렙니다. 달라진 것은 꽃가게가 아니라 그곳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입니다.
책을 읽을 때도 우리는 같은 경험을 합니다. 몇 년 전에 읽었을 때는 그저 스쳐 지나갔던 문장이, 어느 날 갑자기 마음을 관통합니다.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문장과 공감하지 못했던 장면이, 인생의 어느 시점을 지나온 후에야 비로소 보입니다. 마치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보기 시작하는 것처럼, 한 권의 책이 우리의 눈을 바꾸고 나면 거리의 풍경도, 사람들의 표정도, 일상의 대화도 다르게 느껴집니다. 책은 그대로입니다. 우리가 변한 것이지요. 경험이 쌓이고 마음이 자라면서 같은 책이 전혀 다르게 읽힙니다.
특정한 순간, 특정한 감정 속으로 들어서면 우리는 비로소 보기 시작합니다. 이미 있었던 것들, 이미 존재하던 것들이 새롭게 눈에 들어옵니다. 그렇다면 역설적으로, 보지 않으면 그것들은 없는 것과 같습니다. 눈에 띄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지나가서, 매일 같은 골목을 지나고, 같은 시간을 살지만, 단지 지나갈 뿐이지요. 세상은 계속 변하고 있는데도, 내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그 변화는 나에게 일어나지 않은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일어나는 변화이지 않을까요.
보지 않으면 우리 자신도 모른 채 변해갑니다. 세상은 매 순간 달라지고 있는데, 눈을 뜨지 않으면 그 모든 변화는 우리와 무관한 것이 되어갑니다. 9월은 그렇게 묻는 달로 시작해보려 합니다. 시간은 정말 존재하는가. 우리가 당연하게 믿는 그것이 실제로는 어떤 형태를 하고 있는가. 늘 지나던 골목에 무엇이 숨어 있었는가. 그곳에서 우리는 무엇을 놓쳤는가. 그리고 이미 온 미래 속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무엇을 보지 못하고 있는가.
9월에 추천드리는 세 권은 서로 다른 언어로 당연함을 의심하고, 익숙한 일상에서 낯선 것을 발견하고, 이미 온 미래를 함께 마주해보기를 권하는 책입니다.
시원하게 다가온 가을바람처럼, 어느 날 문득 꽃가게가 눈에 들어왔던 그 마음으로 세 권의 책을 펼쳐보시길 권합니다. 익숙한 것이 낯설어지고, 놓쳤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즐거움을 느껴보세요. |
우리가 불확실성을
견딜 수 있게 되는 순간,
비로소 진정한 배움이 시작된다
카를로 로벨리
클로드 모네의 《수련》 연작을 참고하여 AI로 제작한 이미지입니다.
시간은 정말 존재할까요?
우리는 시간이 흐른다고 당연하게 믿습니다. 시계를 보고, 일정을 계획하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구분합니다. 어제가 있었고 오늘이 있으며 내일이 올 것이라 의심 없이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카를로 로벨리는 이 익숙한 생각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시간이 정말 존재하는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그 흐름이, 그 방향성이 실제로 존재하는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시간은 어쩌면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중 하나일 뿐일지 모릅니다.
생각해보면 우리 삶에서도 세상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내가 달라져서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시작했을 때를 생각해보세요. 집 앞 익숙한 길을 매일 지나다니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길옆의 꽃가게를 발견합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없던 가게가 아닐거예요. 그 가게는 한 달 전부터, 혹은 1년 전부터 거기 있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꽃이 보입니다. 꽃향기가 가득하고, 마음이 설렙니다. 달라진 것은 꽃가게가 아니라 그곳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입니다.
책을 읽을 때도 우리는 같은 경험을 합니다. 몇 년 전에 읽었을 때는 그저 스쳐 지나갔던 문장이, 어느 날 갑자기 마음을 관통합니다.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문장과 공감하지 못했던 장면이, 인생의 어느 시점을 지나온 후에야 비로소 보입니다. 마치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보기 시작하는 것처럼, 한 권의 책이 우리의 눈을 바꾸고 나면 거리의 풍경도, 사람들의 표정도, 일상의 대화도 다르게 느껴집니다. 책은 그대로입니다. 우리가 변한 것이지요. 경험이 쌓이고 마음이 자라면서 같은 책이 전혀 다르게 읽힙니다.
특정한 순간, 특정한 감정 속으로 들어서면 우리는 비로소 보기 시작합니다. 이미 있었던 것들, 이미 존재하던 것들이 새롭게 눈에 들어옵니다. 그렇다면 역설적으로, 보지 않으면 그것들은 없는 것과 같습니다. 눈에 띄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지나가서, 매일 같은 골목을 지나고, 같은 시간을 살지만, 단지 지나갈 뿐이지요. 세상은 계속 변하고 있는데도, 내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그 변화는 나에게 일어나지 않은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일어나는 변화이지 않을까요.
보지 않으면 우리 자신도 모른 채 변해갑니다. 세상은 매 순간 달라지고 있는데, 눈을 뜨지 않으면 그 모든 변화는 우리와 무관한 것이 되어갑니다.
9월은 그렇게 묻는 달로 시작해보려 합니다.
시간은 정말 존재하는가.
우리가 당연하게 믿는 그것이 실제로는 어떤 형태를 하고 있는가.
늘 지나던 골목에 무엇이 숨어 있었는가.
그곳에서 우리는 무엇을 놓쳤는가.
그리고 이미 온 미래 속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무엇을 보지 못하고 있는가.
9월에 추천드리는 세 권은 서로 다른 언어로 당연함을 의심하고, 익숙한 일상에서 낯선 것을 발견하고, 이미 온 미래를 함께 마주해보기를 권하는 책입니다.
시원하게 다가온 가을바람처럼, 어느 날 문득 꽃가게가 눈에 들어왔던 그 마음으로 세 권의 책을 펼쳐보시길 권합니다. 익숙한 것이 낯설어지고, 놓쳤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즐거움을 느껴보세요.
시간과 공간:
인간이 지닌 세계관의 기본 개념
그러나 나는 이처럼 세상을 과학적으로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야말로 과학적 사고의 힘을 잘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적 사고의 힘은 '실험', '수학', '방법론' 따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 힘은 과학적 사고의 특징, 즉 스스로에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온다. 이것은 자신이 확언한 내용까지도 의심할 수 있는 능력이며, 자신의 신념은 물론 가장 확실했던 신념까지도 두려워하지 않고 시험대에 올리는 능력이다. 과학의 핵심은 변화에 있다. (p.81)
토템들이 무너질 때
'인공지능은 그저 도구일 뿐이며, 사용 여부는 각자 선택하면 되고, 사용하건 사용하지 않건 각자가 추구하는 가치를 지켜나가면 된다' 같은 말을 하는 사람을 본다. 그들의 순진한 전망은 틀렸다. 인공지능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다른 사람들 때문에 내가 추구하는 가치가 변하고 뒤바뀐다. 나를 둘러싼 기술-환경이 바뀌기 때문이다. 내가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한 그 영향을 받는다. 내가 수렵채집에 의존하는 생활 방식을 고집하더라도, 내 주변 사람들이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 나도 예전처럼 살 수 없다. (p.187)
풀은 노래한다
구월이다 너는 공공기관 정원을 소요한다 너는 공공기관 정원 북쪽 담 가까이 나무 의자에 앉는다 너는 손바닥으로 이마를 받친 채 공공기관에서 발행하는 정기간행물을 읽는다 너는 자부심을 느끼는가 오늘처럼 외부인 출입이 금지된 주말에 네가 이 널찍한 정원을 자유로이 누릴 수 있음에
그것이 관문을 통과한 자 벽을 넘은 자의 자격이라고 생각하는가 자격지심은 아닌가 바람이 반원을 그리자 능소화 두 송이 네 발치에 떨어진다......
(p.72)
*유료 협찬 콘텐츠로 2026.10.31까지 시청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