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立秋, 8월 7일)가 지나고 말복(末伏)도 벌써 떠났습니다. 아직 한낮의 열기는 좀처럼 물러설 기색이 없는데, 달력은 벌써 가을의 문턱입니다. 절기란 참 이상합니다. 가장 더운 날에 가을이 왔다고 말하고, 가장 추운 날에 봄이 시작된다고 말합니다. 어쩌면 계절은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이름을 부른 뒤 천천히 그 이름을 향해 걸어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止觀의 계절 서재, 가을》, 새로운 다섯 분의 서가를 엽니다 이름이 먼저 놓이고 실체가 뒤따라 채워지는 일. 《止觀의 계절 서재》도 그렇게 한 계절씩 제 이름을 채워가는 중입니다. 오랜 시간 이어온 《지혜의 나무》가 올봄 새 이름으로 걸음을 옮긴 뒤, 지난 두 계절 동안 다섯 분의 학자와 서평가가 짚어주신 사유의 좌표를 따라 걸어왔습니다. 기술이 바꾸어놓은 세계의 지형을 살폈고, 폐허 위에서도 기어이 살아내는 삶을 함께 읽었습니다. 그동안 귀한 안목으로 깊이 있는 읽기의 시간을 열어주신 자문위원 전병근 지식 큐레이터, 이현우 서평가, 성해영 교수, 이현정 교수, 한충수 교수 다섯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번 가을, 계절 서재의 서가를 채워주실 다섯 분을 새롭게 모셨습니다. 현(絃) 위에 마음을 얹고, 문장을 짓고, 시를 쓰고, 끊임없는 질문을 하시는 분들입니다. 학문이 세계를 설명하는 언어라면, 예술은 세계를 느끼고 견디는 언어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예술의 언어를 쓰는 분들이 선정한, 가을에 어울리는 책 열 권을 소개합니다.
김봄소리 바이올리니스트 『만약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현주 옮김, 쌤앤파커스, 2021 『먼저 온 미래』 장강명 지음, 동아시아, 2025
성미현 작가 『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문학동네, 2019 『천천히 다정하게』 박웅현 지음, 인티앤, 2025
강백수 시인 · 싱어송라이터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 한 계절이 지나갔다』 김이듬 지음, 민음사, 2026 『시베리아의 숲에서』 실벵 테송 지음, 임호경 옮김, BH, 2024
이충녕 작가 · 크리에이터(충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불완전함에 대하여』 팀 하포드 지음, 윌마, 2026 『도덕적인 너무나 도덕적인: 코람라치오네의 윤리』 김재호 지음, 스누북스, 2025
문태국 첼리스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송영택 옮김, 문예출판사, 1998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최은영 지음, 문학동네, 2023
열 권을 나란히 놓고 보니 뜻밖에 한 자리로 모입니다. 당연하다 믿어온 것을 다시 보고, 기술이 앞질러 간 시대에 인간의 자리를 묻고, 고독과 결핍 속에서 비로소 자신을 들여다보는 책들입니다. 그리고 세 갈래는 공교롭게도 재단의 이름 두 글자로 수렴합니다.
止觀 — 멈추어(止) 보다(觀).
멈추지 않으면 당연한 것이 당연한 채로 지나가고, 보지 않으면 나 자신도 모른 채 지나갑니다. 다섯 분은 각자의 언어로 그 두 글자를 풀어낼 책을 건네주신 셈입니다. 물리학자가 시간을 의심하고, 시인이 익숙한 골목에서 낯선 것을 발견하고, 우리에게 시를 읽자며 손을 내밉니다.
9월부터 11월까지 추천된 열 권의 책들을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려 합니다. 9월에는 익숙한 세계를 의심하는 세 권을 펼칩니다. 시간이 정말 존재하는지, 늘 지나던 골목에 무엇이 숨어 있었는지 묻는 책들입니다. 10월에는 기술이 앞질러 간 시대에 인간의 자리를 묻는 세 권을 만납니다. 기계가 더 잘하는 일이 늘어갈수록 또렷해지는 질문,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하는 존재인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11월, 나무가 잎을 다 내려놓을 즈음에는 고독과 결핍을 통과해 비로소 자신에게 닿는 네 권을 함께 읽습니다. 비어가는 계절에 가장 어울리는 책들을 마지막에 두었습니다. 한 달에 서너 권. 서두르지 않아도 좋을 속도입니다. 계절이 깊어지는 만큼만, 천천히 함께 걸어주시면 좋겠습니다. |
입추(立秋, 8월 7일)가 지나고 말복(末伏)도 벌써 떠났습니다. 아직 한낮의 열기는 좀처럼 물러설 기색이 없는데, 달력은 벌써 가을의 문턱입니다. 절기란 참 이상합니다. 가장 더운 날에 가을이 왔다고 말하고, 가장 추운 날에 봄이 시작된다고 말합니다. 어쩌면 계절은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이름을 부른 뒤 천천히 그 이름을 향해 걸어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止觀의 계절 서재, 가을》, 새로운 다섯 분의 서가를 엽니다
이름이 먼저 놓이고 실체가 뒤따라 채워지는 일. 《止觀의 계절 서재》도 그렇게 한 계절씩 제 이름을 채워가는 중입니다. 오랜 시간 이어온 《지혜의 나무》가 올봄 새 이름으로 걸음을 옮긴 뒤, 지난 두 계절 동안 다섯 분의 학자와 서평가가 짚어주신 사유의 좌표를 따라 걸어왔습니다. 기술이 바꾸어놓은 세계의 지형을 살폈고, 폐허 위에서도 기어이 살아내는 삶을 함께 읽었습니다. 그동안 귀한 안목으로 깊이 있는 읽기의 시간을 열어주신 자문위원 전병근 지식 큐레이터, 이현우 서평가, 성해영 교수, 이현정 교수, 한충수 교수 다섯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번 가을, 계절 서재의 서가를 채워주실 다섯 분을 새롭게 모셨습니다. 현(絃) 위에 마음을 얹고, 문장을 짓고, 시를 쓰고, 끊임없는 질문을 하시는 분들입니다. 학문이 세계를 설명하는 언어라면, 예술은 세계를 느끼고 견디는 언어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예술의 언어를 쓰는 분들이 선정한, 가을에 어울리는 책 열 권을 소개합니다.
김봄소리 바이올리니스트
『만약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현주 옮김, 쌤앤파커스, 2021
『먼저 온 미래』 장강명 지음, 동아시아, 2025
성미현 작가
『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문학동네, 2019
『천천히 다정하게』 박웅현 지음, 인티앤, 2025
강백수 시인 · 싱어송라이터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 한 계절이 지나갔다』 김이듬 지음, 민음사, 2026
『시베리아의 숲에서』 실벵 테송 지음, 임호경 옮김, BH, 2024
이충녕 작가 · 크리에이터(충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불완전함에 대하여』 팀 하포드 지음, 윌마, 2026
『도덕적인 너무나 도덕적인: 코람라치오네의 윤리』 김재호 지음, 스누북스, 2025
문태국 첼리스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송영택 옮김, 문예출판사, 1998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최은영 지음, 문학동네, 2023
열 권을 나란히 놓고 보니 뜻밖에 한 자리로 모입니다. 당연하다 믿어온 것을 다시 보고, 기술이 앞질러 간 시대에 인간의 자리를 묻고, 고독과 결핍 속에서 비로소 자신을 들여다보는 책들입니다. 그리고 세 갈래는 공교롭게도 재단의 이름 두 글자로 수렴합니다.
止觀 — 멈추어(止) 보다(觀).
멈추지 않으면 당연한 것이 당연한 채로 지나가고, 보지 않으면 나 자신도 모른 채 지나갑니다. 다섯 분은 각자의 언어로 그 두 글자를 풀어낼 책을 건네주신 셈입니다. 물리학자가 시간을 의심하고, 시인이 익숙한 골목에서 낯선 것을 발견하고, 우리에게 시를 읽자며 손을 내밉니다.
9월부터 11월까지 추천된 열 권의 책들을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려 합니다. 9월에는 익숙한 세계를 의심하는 세 권을 펼칩니다. 시간이 정말 존재하는지, 늘 지나던 골목에 무엇이 숨어 있었는지 묻는 책들입니다. 10월에는 기술이 앞질러 간 시대에 인간의 자리를 묻는 세 권을 만납니다. 기계가 더 잘하는 일이 늘어갈수록 또렷해지는 질문,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하는 존재인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11월, 나무가 잎을 다 내려놓을 즈음에는 고독과 결핍을 통과해 비로소 자신에게 닿는 네 권을 함께 읽습니다. 비어가는 계절에 가장 어울리는 책들을 마지막에 두었습니다. 한 달에 서너 권. 서두르지 않아도 좋을 속도입니다. 계절이 깊어지는 만큼만, 천천히 함께 걸어주시면 좋겠습니다.
《止觀의 계절서재》함께 읽은 사람들의 이야기 — 계절서재 독서 챌린지
지난 여름, 열 권의 책을 함께 펼친 분들이 계셨습니다. 《止觀의 계절서재_여름》 독서 챌린지 6기입니다. 한 달간 각자의 속도로 책장을 넘기고, 밑줄 그은 문장을 그룹채팅방에 옮겨 적고, 진도가 멈춘 날에는 서로의 기록을 보며 다시 책을 들었습니다. 혼자였다면 몇 장 넘기다 말았을 여름이, 한 권, 두 권, 열 권으로 이어진 것은 아마 함께한 덕분이었을 겁니다. 챌린지를 마치며 참여자분들이 남겨주신 이야기 중 일부를 나눕니다.
"스스로 기특하게 생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챌린지 시간이 한 달이라 짧아요. 그래도 독서 시간을 짧게라도 가지려고 노력하는 스스로를 보면서 …좋은 기회라고 계속 참여하자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책을 통해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좋았습니다. 선정된 책 모두 읽고 싶은데 기간이 짧아 아쉽습니다."
"카프카 수업이란 책을 읽으며, 형식적인 규정과 사회적 관습에 따라 살아가는 나의 모습에 대해 성찰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자유롭게 자신의 속도에 맞추어 읽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깊이 있게 1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함께 읽고, 감상이나 좋았던 구절을 올려주시는 분들의 글을 읽을 수 있어서 도움이 되었어요."
"다양한 책들을 함께 읽고 문장을 공유하며 부담 없이 참여한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서로의 리딩메이트가 되어 독서를 장려하고, 같은 문장에 대해서도 다양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더욱 풍성한 시간이었습니다!"
"평소에 바쁘다는 핑계로 독서를 미루곤 했는데 챌린지를 참여하며 짧게라도 독서를 지속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특히 특정 분야에 치중되지 않고 큐레이팅된 도서를 읽을 수 있어 생각을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추천해주신 책들이 다 좋아서 놓치고 싶지 않아서 챌린지가 끝나도 계속 읽을 계획입니다. 다음에는 어떤 책들을 만나게 될까 기대됩니다."
읽는 일은 본래 혼자 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같은 책을 같은 계절에 읽고 있는 누군가가 어딘가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 고독은 조금 다른 성질의 것이 됩니다. 이번 가을, 같이 읽으실래요?
가을 서재, 함께 읽으실 분을 기다립니다
《止觀의 계절서재》 독서 챌린지 7기가 곧 문을 엽니다.
가을 서재의 열 권을 각자의 속도로, 그러나 함께 읽는 한 달입니다.
신청 기간: 8월 15일 ~ 8월 30일
챌린지 기간: 9월 1일 ~ 9월 30일
부와 명예를 버리고 자연과의 조화를 통해 삶의 이치를 깨달았던 그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묻는다. 인생의 진정한 기쁨은 무엇인가?
*유료 협찬 콘텐츠로 2026.9.30까지 시청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