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지관

위클리 지관에서는 평범한 일상속에서 잠시 '멈춤'신호를 받을 수 있는 삶의 물음들을 살펴봅니다. 책, 영화, 강연, 칼럼 등 다양한 컨텐츠를 통해서 매주 하나의 물음을 사유합니다. 매주 수요일,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VOL.242] 식탁 위의 도(道) 🍚

이치훈
2026-06-03
조회수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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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의 첫 안부를 띄웁니다. 모두 평안하시나요? 오늘(2026년 6월 3일)은 제9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일입니다. 사전 투표를 놓치신 분께서는 늦지 않게(오후 6시까지) 투표소에 걸음하시면 좋겠습니다. 투표는, 우리 공동체의 미래를 나의 손으로 선택하고 또 그 책임을 다하는 행위라는 것을 날을 빌려 되새기게 됩니다.


아직은 선선한 바람이 여름의 무더위를 식히고 가려주는, 초여름의 망종(芒種, 6월 6일) 즈음입니다. 곧이면 해는 가장 길어지고, 밤은 가장 짧아지겠습니다. 여름 한복판으로 접어들며 햇살은 더욱 거칠어지고, 열기는 강렬해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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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은 식탁이 풍성한 계절입니다. 여름 제철 과일과 채소들이 한껏 무성하고, 밥상은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로워집니다. 오늘은 식탁 위 음식 앞에서 새삼 철학적 질문을 던져보려 합니다. ‘무엇을 먹고, 어떻게 먹을 것인가.’ 일상의 가장 평범한 순간, 먹기 행위 속에서 철학을 읽는 법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오늘, 어떤 음식을 드셨나요?

어떤 음식을 드실 계획인가요?

인간은 매일 음식을 먹습니다. 그 일상성 때문인지 우리는 먹는 행위의 의미를 깊이 성찰하지 않은 채 지나치게 됩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먹는다는 것은 결코 단순한 생리적 활동에 머물지 않습니다. 음식은 생명을 유지하는 기초적인 조건일 뿐 아니라, 인간이 욕망을 실현하고 절제하는 방식, 그리고 다른 생명과 관계 맺는 태도를 드러내는 장(場)입니다.


오늘날 음식은 소비와 향유의 대상입니다. 사람들은 맛집을 찾고 미각적 쾌락을 삶의 중요한 즐거움으로 여깁니다. 그러나 음식의 중요성은 단지 소비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인간이 무엇으로 살아가고, 세계와 어떻게 관계 맺으며, 자신을 어떻게 형성하는 존재인지를 드러낸다는 데에 바로 음식의 중요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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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음식은 중요한 철학적 사유의 대상입니다. 철학은 추상적 문제를 탐구하는 학문으로 여겨지지만, 그 출발은 인간 삶의 가장 가까운 자리, 곧 먹는다는 행위에서부터 찾아야 할 것입니다. 음식은 인간의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물질적 조건인 동시에, 덕과 삶의 방향을 형성하는 실천의 장입니다. 그러니, 먹는 일은 단순한 욕망의 해소가 아니라 생명을 기르는 행위여야 하며, 나아가 절제와 윤리를 실현하는 방식이어야 합니다. 음식에는 하나의 도(道), 곧 “음식의 도(道)”가 있습니다.


식탁 위의 “도(道)”

인간은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음식을 섭취하지만, 동시에 그 섭취 행위의 의미를 묻는 존재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음식은 단순히 포만감을 주는 물질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함께 형성하는 실천적 조건이 됩니다. 어떤 음식을 어떤 태도로 먹는가는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떤 인간인가를 결정하는 문제입니다.


이 점은 주역 철학자인 왕부지(王夫之)의 해석에서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그는 “먹을 것을 꾀하는 것이 곧 도를 꾀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도는 현실을 떠난 추상적 이념이 아니라, 인간의 구체적 삶을 바르게 세우는 원리이기 때문입니다. 공자가 거친 밥을 먹고 물을 마시면서도 그 안에서 즐거움을 발견한 것처럼, 좋은 음식이란 비싸고 희귀한 무엇이라기보다 생명을 해치지 않고 기운을 바르게 하며 삶을 안정되고 조화롭게 하는 것입니다.


결핍보다 위협적인 “과잉의 시대”

생명 보존을 위한 수단이던 음식이 욕망 자체의 목적이 되는 순간, 먹는 행위는 인간을 욕구 충족을 위한 맹목적 기계로 만듭니다. 절제의 필요성은 바로 여기서 나옵니다. 절제는 흔히 금욕으로 오해되지만, 엄밀히 말해 욕망을 부정하는 태도가 아닙니다. 절제는 욕망이 인간의 삶 전체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는 자기 배려입니다.


음식의 절제란 단순히 욕망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을 기르고 삶의 균형을 세우는 분별력을 갖춤으로써 먹는 행위를 수양의 차원으로 승화시키는 일입니다. 결핍보다 과잉이 더 위협적인 오늘날, 잘 먹는다는 것은 많이 먹는 것이 아니라 바르게 먹는 것이며, 바르게 먹는다는 것은 곧 욕망을 삶의 질서 속에서 실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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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하늘을 먹는다?

음식의 도에서 가장 논하기 어려운 것은 윤리적 차원입니다. 인간은 먹어야 살 수 있지만, 먹는 행위는 언제나 다른 생명의 희생을 수반하기 때문입니다. 이 사실을 자각하는 순간, 식사는 더 이상 단순한 일상에 머물지 않고 윤리적 성찰의 장으로 바뀝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동학의 2대 교주 최시형(崔時亨)이 말한 "이천식천(以天食天)"은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하늘이 하늘을 먹는다”라는 말은 먹는 존재와 먹히는 존재가 근원적으로 동일한 존재론적 지평에 놓여 있음을 뜻합니다. 내가 먹는 대상은 단순한 사물이 아니라 생명의 질서 안에 살아 숨 쉬는 존재입니다. 따라서 먹는 행위는 지배와 정복이 아니라, 생명 순환 속에서 자신이 빚지고 있음을 인정하는 행위가 되어야 합니다. 먹는다는 것은 소유가 아니라 받아들임이며, 지배가 아니라 의존입니다. 음식은 식탁 위에 오르기 이전부터 이미 윤리의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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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도(道)란, 단순히 어떤 음식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자기 생명을 어떻게 이해하고, 욕망을 어떻게 다스리며, 세계와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에 대한 총체적 삶의 태도입니다.


결국 식탁은 단순히 음식을 소비하는 자리가 아니라, 그것은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를 드러내는 자리이며, 일상의 가장 평범한 순간 속에서 도를 실천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참된 음식의 도는 화려함이나 풍요로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살리고, 욕망을 다스리며, 타 생명과 세계를 공경하는 마음으로 먹는 데 있습니다. 먹기는 가장 일상적이면서도 가장 철학적인 행위입니다.


위 글은 2026년 4월 20일 발행된 "[MINDRAB] 음식의 도(道) (정영수 철학박사)" 칼럼에서 발췌한 글들을 각색/편집하여 사용하였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https://jigwan.org/29/?q=YTox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9&bmode=view&idx=170938226&t=board

"먹기"로도 "명상"을 합니다. 


먹기 명상은 음식의 도(道)를 일상의 식탁 위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음식을 섭취하는 과정을 넘어, 오감을 일깨워 내 앞에 놓인 음식을 온전히 맞이하고 섬세하게 낱낱이 경험하는 마음챙김(알아차림)의 실천입니다.


틱낫한 스님은 그의 저서 『How to Eat』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사과 한 조각을 먹을 때, 온전한 알아차림으로 먹는다면 당신은 사과 속에 있는 우주를 보게 될 것입니다.” 눈으로 음식의 빛깔을 보고, 코로 향을 맡으며, 입안에 머무는 질감과 맛을 음미하고, 그 소리를 듣는 동안 우리는 음식과 깊이 조우하게 됩니다. 하나로 연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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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via Penguin Random House (https://www.penguinrandomhouse.com)

나아가 이 한 입의 음식이 나에게 오기까지 대자연이 보낸 기나긴 세월, 비와 바람과 흙을 거쳐 수많은 사람의 손길을 지나온 그 여정을 조용히 헤아려 보는 시간입니다. 내 앞의 음식에 깃든 우주와 그 인연들을 기억하는 순간, 식사는 단순한 포만감을 넘어 깊은 감사와 경외의 신성한 의식이 됩니다.


매일 반복되는 평범한 식탁 위에서, 때로 먹는 행위를 빌려, 내 삶을 바르게 세우고 삶의 이치를 들여다보는 철학적 실천으로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아래 공유드린 먹기 명상 안내 음원을 통해, 오늘 한끼 식사 전, 건포도나 견과류 또는 과일 한 조각, 초콜릿 한조각으로 먹기 명상을 경험해보시면 좋겠습니다.

<건포도 먹기 명상 - 정목스님의 유나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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