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오세요, 벗어 놓으세요, 당신의 슬픔을 여기서는 침묵하셔도 좋습니다.
-라이너 쿤체, <한 잔 재스민 차에의 초대>- |
따스한 차 한 잔이 그리워지는 계절입니다. 분주한 일상을 살다보면 오롯이 혼자서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틈도 없을 때가 많지요. 특히 요즘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쏟아지는 뉴스와 SNS 알림을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다 보니, 잠시 쉴 때조차 스마트 기기를 손에서 놓기가 쉽지 않습니다. 현대인의 뇌는 늘 디지털과 연결된 채 ‘대기 모드’ 상태로 켜져 있습니다. 이를 일명 디지털 피로감(Digital Fatigue)이라고 부른다는데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대기모드가 아닌 전원 Off 상태로 온전한 쉼을 가진 게 언제였는지 기억하시나요? 팽팽한 일상의 긴장감을 잠시 풀어놓고 내 안으로 침잠하고 싶을 때, 미술관은 큰 위로가 됩니다. 일상의 소음, 걱정과 고민에서 잠시 떨어져 자신의 삶을 새로운 프레임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심리학자 제프리 스미스(Jeffrey Smith) 박사는 이를 박물관 효과(museum effect)라는 용어로 설명합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심리적인 안정이 찾아오고 스스로가 처한 상황에 대해 보다 긍정적이고 깊이 있는 성찰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라는 책에도 이런 상황이 나옵니다. |
미술관에서는 침묵 속에서 빙빙돌고, 서성거리고 다시 돌아가고, 교감하고, 눈을 들어 아름다운 것들을 보면서 슬픔과 달콤함만을 느끼는 것이 허락되었다.
- 패트릭 브링리,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
뉴욕 한복판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보이는 사무실에서 일하며 승승장구하던 지은이는 갑작스러운 형의 죽음 이후, 지독한 무기력에 빠집니다. ‘꾸역꾸역 긁고, 밀치고, 매달려야 하는 일은 더 이상 할 수가 없다’는 생각에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이 되기로 합니다. 하루 여덟 시간씩 조용히 서서, 예술 작품을 바라보고, 그 작품들을 바라보는 관람객들을 지켜보는 단순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침묵의 시간 덕분에 저자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 세상으로 돌아갈 용기를 얻게 됩니다. 미술관의 힘이란 이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
이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글을 통해 묘사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구석 구석을 머릿 속으로 그리며 따라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더불어 뉴욕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이자 세계 3대 미술관 중 하나로 꼽히는 그 곳에 꼭 가보고 싶다는 바람을 갖게 되었는데요. 뉴욕에 가지 않고도 한국에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만날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이번 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소장품전이 시작된다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이 소장한 로버트 리먼 컬렉션이 처음으로 한국에 옵니다.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를 경영했던 금융가 로버트 리먼의 컬렉션 중 프랑스 근현대 명화들이 전시될 예정인데요.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까지 인상주의가 어떻게 미술사의 흐름을 바꾸고 모더니즘의 문을 열었는지 조명합니다.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피아노를 치는 두 소녀’(1892), ‘분홍색과 검은색 모자를 쓴 소녀’(1891년경), 폴 고갱의 ‘목욕하는 타히티 여인들’(1892), 반 고흐의 ‘꽃 피는 과수원’(1888), 앙리 마티스의 ‘의자 위의 누드’(1920) 등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명화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싶습니다. |
메리 커샛, ‘봄 정원에 서 있는 마고’(1908) 빈센트 반 고흐, ‘꽃 피는 과수원’(1888) 출처:국립중앙박물관 |
■ 기 간: 2025.11.14~2026.3.15 ■ 시 간: 월, 화, 목, 금, 일 - 10:00 ~ 18:00 수, 토 - 10:00 ~ 21:00 ■ 휴관일: 2026. 1. 1 / 2. 17(설날) ■ 장 소: 서울 용산구 서빙고로 137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1 ■ 안 내: 전시과 ☎️ 1644-7169 |
'검은 피카소' 혹은 앤디 워홀과 마돈나가 애정했던 천재 화가로 불리는 장 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 1960~1988)의 전시 소식 전해드립니다. 거리를 캔버스 삼아 도심의 일상에 예술을 꽃피웠던 그는 낙서와 그라피티를 현대 미술의 반열에 올린 1세대 아티스트로 꼽힙니다. 1988년 27세에 요절하기까지 약 8년간 3000여 점의 작품을 남겼는데요. 이번 전시에는 전 세계 9개국에서 수집한 회화와 드로잉 70여 점과 함께, 바스키아가 생전에 작성했던 창작 노트 155점이 함께 공개됩니다. 국내에서 열린 바스키아 전시 중 역대 최대 규모라고 합니다. |
나는 작품을 할 때 예술을 떠올리지 않는다. 대신 삶을 사유하려 한다. I don’t think about art when I’am working. I try to think about life. -장 미셸 바스키아- |
화려한 색채로 자유분방하게 표현해낸 바스키아의 작품은 단순한 듯 보이지만, 작품 속에 담긴 비판의식과 철학적 사유는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특히 그의 작품에는 유난히 숫자와 글자가 자주 눈에 띄는데요. 독특한 것은 이 글자 대부분 쓰고 난 뒤 색을 덧칠해 지운 흔적이 남아있다는 겁니다. 왜 한번 쓴 글씨를 다시 지우려고 했을까요? 그 이유는 지워야 더 자세히 보게 되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사람들이 좀 더 집중해서 바라 봐 주길 바라는 화가의 의도가 숨어있는 셈인데요. 수많은 상징들을 통해 바스키아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이번 전시 주제가 ‘과거와 미래를 잇는 상징적 기호들’인 만큼 그 상징적 의미들을 사유해 보는 것도 감상의 묘미가 될 듯합니다. |
■ 기간: 2025.9.23-2026.1.31 ■ 시간: 10:00~19:00 (입장 마감 18시) ■ 휴관: 매주 월요일 |
정우철 도슨트에게 듣는 바스키아의 삶과 작품 세계 출처: 장르만 여의도 |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세요. 실 한자락에 올라타고 둥실 떠오르는 기분을 느껴보세요
SNS에서 1,000만 뷰를 기록한 마법의 가위질의 주인공, 히무로 유리의 작품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천의 겉면을 자르면 숨겨져 있던 무늬가 나타나고 예상치 못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독특한 작업 방식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아티스트 히무로 유리의 전시가 국내에서도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
<히무로 유리 오늘의 기쁨>은 일상에서 발견한 기쁨의 순간을 담은 전시입니다. 꽃길을 지나 땅속, 하늘, 바다, 마을, 겨울, 호수 등 여덟 개의 주제 별로 총 170개 작품이 소개되는데요. 섬세하면서도 유쾌한 텍스타일 작품의 제작 과정과 비하인드 스토리도 함께 만날 수 있답니다. 한 올 한 올 씨실과 날실로 직조된 천처럼 꽉짜인 우리의 일상에서도 히무로 유리의 작품에서처럼 예상치 못한 기쁨의 순간들이 나타나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
■ 기간: 2025.10.3~2026.3.29 ■ 시간: 화~일 오전 10:00~19:00 (입장마감 18시) ■ 휴관: 11월, 12월 휴관일 없음 (1월1일, 2월17일, 2월18일 휴관) ■ 장소: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91 BF 그라운드 시소 한남 |
2025국제경주역사문화포럼에서 토니상 6관왕 박천휴, 윌애런슨 창작 콤비를 만났습니다. 국적과 언어를 넘어 세계를 사로잡은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을 탄생시킨 두 사람의 환상적인 호흡을 실감할 수 있었는데요. 세기의 창작콤비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을 물었더니, 뜻밖에도 '야생에서 만났기 때문이다'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만약 처음부터 뮤지컬을 쓰기 위해서 일로 만난 사이였다면 토니상 6관왕의 성공을 기대하긴 어려웠을지도 모른다고 말이죠. 우연한 자리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너무도 잘 통했고, 함께 미술관에 다니며 전시도 보고 공연도 보러 다니며 우정을 쌓았다고 합니다. 그 시간들이 모여 두 사람만의 호흡과 시너지가 만들어졌을 즈음, 마치 운명처럼 함께 뮤지컬을 쓰게 되었다는 겁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방송을 통해, 만나보시면 좋을듯 하고요.- 어쩌면 우리에게도 그런 순간이 올지 모르겠습니다. 어느 날, 잠시 숨 고르기 하기 위해 들른 미술관에서 일생일대의 만남 혹은 인생을 바꿀 깨달음의 순간을 마주하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미술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더욱 설레지 않을까요? 🎈 |
인문 큐레이션 레터 《위클리 지관》 어떠셨나요? 당신의 소중한 의견은 저희를 춤추게 합니다🤸♂️ |
재단법인 止觀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7길 32 SK관훈빌딩 11층 수신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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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는 침묵하셔도 좋습니다.
-라이너 쿤체, <한 잔 재스민 차에의 초대>-
따스한 차 한 잔이 그리워지는 계절입니다. 분주한 일상을 살다보면 오롯이 혼자서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틈도 없을 때가 많지요. 특히 요즘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쏟아지는 뉴스와 SNS 알림을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다 보니, 잠시 쉴 때조차 스마트 기기를 손에서 놓기가 쉽지 않습니다. 현대인의 뇌는 늘 디지털과 연결된 채 ‘대기 모드’ 상태로 켜져 있습니다. 이를 일명 디지털 피로감(Digital Fatigue)이라고 부른다는데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대기모드가 아닌 전원 Off 상태로 온전한 쉼을 가진 게 언제였는지 기억하시나요? 팽팽한 일상의 긴장감을 잠시 풀어놓고 내 안으로 침잠하고 싶을 때, 미술관은 큰 위로가 됩니다. 일상의 소음, 걱정과 고민에서 잠시 떨어져 자신의 삶을 새로운 프레임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심리학자 제프리 스미스(Jeffrey Smith) 박사는 이를 박물관 효과(museum effect)라는 용어로 설명합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심리적인 안정이 찾아오고 스스로가 처한 상황에 대해 보다 긍정적이고 깊이 있는 성찰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라는 책에도 이런 상황이 나옵니다.
미술관에서는 침묵 속에서 빙빙돌고, 서성거리고
다시 돌아가고, 교감하고,
눈을 들어 아름다운 것들을 보면서
슬픔과 달콤함만을 느끼는 것이 허락되었다.
- 패트릭 브링리,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뉴욕 한복판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보이는 사무실에서 일하며 승승장구하던 지은이는 갑작스러운 형의 죽음 이후, 지독한 무기력에 빠집니다. ‘꾸역꾸역 긁고, 밀치고, 매달려야 하는 일은 더 이상 할 수가 없다’는 생각에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이 되기로 합니다. 하루 여덟 시간씩 조용히 서서, 예술 작품을 바라보고, 그 작품들을 바라보는 관람객들을 지켜보는 단순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침묵의 시간 덕분에 저자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 세상으로 돌아갈 용기를 얻게 됩니다. 미술관의 힘이란 이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글을 통해 묘사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구석 구석을 머릿 속으로 그리며 따라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더불어 뉴욕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이자 세계 3대 미술관 중 하나로 꼽히는 그 곳에 꼭 가보고 싶다는 바람을 갖게 되었는데요. 뉴욕에 가지 않고도 한국에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만날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이번 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소장품전이 시작된다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이 소장한 로버트 리먼 컬렉션이 처음으로 한국에 옵니다.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를 경영했던 금융가 로버트 리먼의 컬렉션 중 프랑스 근현대 명화들이 전시될 예정인데요.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까지 인상주의가 어떻게 미술사의 흐름을 바꾸고 모더니즘의 문을 열었는지 조명합니다.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피아노를 치는 두 소녀’(1892), ‘분홍색과 검은색 모자를 쓴 소녀’(1891년경), 폴 고갱의 ‘목욕하는 타히티 여인들’(1892), 반 고흐의 ‘꽃 피는 과수원’(1888), 앙리 마티스의 ‘의자 위의 누드’(1920) 등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명화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싶습니다.
메리 커샛, ‘봄 정원에 서 있는 마고’(1908) 빈센트 반 고흐, ‘꽃 피는 과수원’(1888)
출처:국립중앙박물관
■ 휴관일: 2026. 1. 1 / 2. 17(설날)
■ 안 내: 전시과 ☎️ 1644-7169
'검은 피카소' 혹은 앤디 워홀과 마돈나가 애정했던 천재 화가로 불리는 장 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 1960~1988)의 전시 소식 전해드립니다. 거리를 캔버스 삼아 도심의 일상에 예술을 꽃피웠던 그는 낙서와 그라피티를 현대 미술의 반열에 올린 1세대 아티스트로 꼽힙니다. 1988년 27세에 요절하기까지 약 8년간 3000여 점의 작품을 남겼는데요. 이번 전시에는 전 세계 9개국에서 수집한 회화와 드로잉 70여 점과 함께, 바스키아가 생전에 작성했던 창작 노트 155점이 함께 공개됩니다. 국내에서 열린 바스키아 전시 중 역대 최대 규모라고 합니다.
나는 작품을 할 때 예술을 떠올리지 않는다.
대신 삶을 사유하려 한다.
I don’t think about art when I’am working.
I try to think about life.
-장 미셸 바스키아-
화려한 색채로 자유분방하게 표현해낸 바스키아의 작품은 단순한 듯 보이지만, 작품 속에 담긴 비판의식과 철학적 사유는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특히 그의 작품에는 유난히 숫자와 글자가 자주 눈에 띄는데요. 독특한 것은 이 글자 대부분 쓰고 난 뒤 색을 덧칠해 지운 흔적이 남아있다는 겁니다. 왜 한번 쓴 글씨를 다시 지우려고 했을까요? 그 이유는 지워야 더 자세히 보게 되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사람들이 좀 더 집중해서 바라 봐 주길 바라는 화가의 의도가 숨어있는 셈인데요. 수많은 상징들을 통해 바스키아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이번 전시 주제가 ‘과거와 미래를 잇는 상징적 기호들’인 만큼 그 상징적 의미들을 사유해 보는 것도 감상의 묘미가 될 듯합니다.
■ 안내: ☎️ 02-2153-0749
SNS에서 1,000만 뷰를 기록한 마법의 가위질의 주인공, 히무로 유리의 작품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천의 겉면을 자르면 숨겨져 있던 무늬가 나타나고 예상치 못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독특한 작업 방식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아티스트 히무로 유리의 전시가 국내에서도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히무로 유리 오늘의 기쁨>은 일상에서 발견한 기쁨의 순간을 담은 전시입니다. 꽃길을 지나 땅속, 하늘, 바다, 마을, 겨울, 호수 등 여덟 개의 주제 별로 총 170개 작품이 소개되는데요. 섬세하면서도 유쾌한 텍스타일 작품의 제작 과정과 비하인드 스토리도 함께 만날 수 있답니다. 한 올 한 올 씨실과 날실로 직조된 천처럼 꽉짜인 우리의 일상에서도 히무로 유리의 작품에서처럼 예상치 못한 기쁨의 순간들이 나타나 주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