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지관
위클리 지관에서는 평범한 일상속에서 잠시 '멈춤'신호를 받을 수 있는 삶의 물음들을 살펴봅니다. 책, 영화, 강연, 칼럼 등 다양한 컨텐츠를 통해서 매주 하나의 물음을 사유합니다. 매주 수요일,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VOL.213] 가을을 걸어요 10월 전시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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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지관에서는 평범한 일상속에서 잠시 '멈춤'신호를 받을 수 있는 삶의 물음들을 살펴봅니다. 책, 영화, 강연, 칼럼 등 다양한 컨텐츠를 통해서 매주 하나의 물음을 사유합니다. 매주 수요일,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아직도 푸른 것들은 그 속이 시린 시월
내 몸 안에서 무성했던 상처도 저렇게
노랗게 말랐으리, 뿌리의 반대편으로
타올라, 타오름의 정점에서
중력에 졌으리라,
서슴없이 가벼워졌으나
결코 가볍지 않은 10월
- 이문재 <10월> 중에서 -
10월은 늘 가볍고도 무겁습니다. 끈적했던 여름의 흔적을 지우고 살랑이는 바람에 몸과 마음을 맡기고 싶어지는 계절이기도 하지만, 마냥 여유를 부릴 수도 없습니다. 어느덧 한 해의 끝자락이 다가오고 있음을 떠올리며 마음이 급해지는 때이기도 하니까요. 게다가 올해는 유난히 추석 연휴가 길어서일까요? 계절을 제대로 느껴 보기도 전에 기온이 뚝 떨어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10월의 끝자락을 맞았습니다. 이 가을이 덧없이 떠나 버리기 전에 잠시나마 계절의 낭만을 느껴 보려면 서둘러야 할 것 같습니다.
저에게도 가을이 오면 꼭 가보아야지 하고 아껴둔 곳이 있는데요. 바로 서울 부암동 인왕산 자락에 있는 ‘석파정(石坡亭)’입니다. 서울시 유형문화재 26호로 지정된 이곳은 일명 왕의 정원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데요. 석파정은 본래 조선 후기 좌의정을 지낸 문신 김흥근(1796~1870)의 소유였다고 합니다. 인왕산은 물론 북한산, 북악산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석파정의 빼어난 경치에 반한 흥선대원군이 매수하길 원하였으나, 김흥근이 여러 차례 거절하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합니다. 그러다 흥선대원군의 아들 고종이 왕위에 오르자, 꾀를 냅니다. 고종이 석파정을 찾아 하룻밤 묵게 한 것이죠. 임금이 묵었던 곳에서 감히 신하가 잘 수 없다는 이유로 결국 김흥근은 소유권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석파정은 흥선대원군의 별장으로 큰 사랑을 받게 됩니다. 이후 그의 후손들이 소유하던 중 한국전쟁이 나면서 고아원과 병원으로 쓰이다가 2012년 ‘서울미술관’ 개관과 함께 일반에 공개되었습니다.
때마침 서울미술관에서는 천경자 작고 10주기 특별 기획전 ‘내 슬픈 전설의 101페이지’ 전시가 진행 중입니다. 독창적이고 강렬한 화풍으로 한국화의 새로운 길을 열었던 천경자 화백의 작품과 함께 가을이 물들어가는 석파정 산책을 즐겨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참고로 서울미술관 티켓 구입시 석파정 관람은 무료입니다.
천경자 작고 10주기 특별 기획전
내 슬픈 전설의 101페이지
꿈은 그림이라는 예술과 함께 호흡을 해왔고,
꿈이 아닌 현실로서도 늘 내 마음속에 서식 해왔다.
그리고 이것을 뒷받침해 준 것이 사랑과 모정이었다.
-천경자 <해뜨는 여자>-
출처:<석파정 서울 미술관>천경자 ‘고(孤)’(1974)
이번 전시는 2006년 천경자 화백의 생전 마지막 전시 <내 생애 아름다운 82페이지> 이후, 20년 만에 진행되는 가장 큰 규모의 전시로 채색화 80여 점을 집대성하여 일반에 공개합니다. 살아생전 그녀는 자신의 삶을 ‘슬픈 전설’이라는 한 권의 책에 비유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이를 셀 때도 책의 페이지로 표현하곤 했다는데요. 91세, 그러니까 91페이지에 생을 마감했던 천경자 화백의 10주기 기념 전시회의 제목이 <내 슬픈 전설의 101 페이지>가 된 것도 그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인생 책의 몇 번째 페이지를 살고 있나요? 우리의 인생 책이 또 한 장 넘어가려면 이제 두 달 밖에 남지 않은 시점입니다. 전시를 둘러 본 뒤, 가을 정원을 거닐며 자신의 인생 책 제목은 무엇인지 사색에 잠겨보시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
■ 안내: 서울 특별시 종로구 창의문로11길4-1(부암동)
한국 프랑스 수교 140주년 기념
오랑주리 오르세 미술관
세잔 르누아르 특별전
국내 최대 규모의 종합 예술 시설인 예술의 전당에서도 특별한 가을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한국과 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며, 프랑스의 대표적 국립 미술관인 오르세 미술관과 오랑주리 미술관의 작품 120여점(유화 51점, 영상·사진 70여점)이 한국에 왔습니다. 특히 오랑주리 미술관의 대표 소장품들을 국내 최초로 소개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큽니다.
■ 안내: 02-325-1077
전시를 다 보고 난 뒤, 마음에 남은 여운을 곱씹을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그렇다면 예술의 전당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산책코스를 추천합니다. 예술의 전당 정문 우측 음악분수대 쪽으로 걷다 보면 육교가 보입니다. 이 육교는 '우면산 둘레길'로 이어지는데요. 지난해 개장된 무장애숲
데크길을 이용하면 우면산 정상과 소망탑까지 약 30분이면 오를 수 있습니다. 경사가 완만하게가꾸어진 무장애숲길인 만큼 유모차나 휠체어를 탄 채로 산책이 가능합니다. 세잔과 르누아르를 만나러 가신다면, 시간 여유를 가지고 가을이 익어가는 숲길의 낭만을 함께 느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이탈리아 국립 카포디몬테 미술관 19세기 컬렉션
나폴리를 거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