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나 영화에서 ‘소격 효과(疏隔效果, Verfremdungseffekt)’에 대해서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이 기법은 감정이 고조되는 장면 중간에 노래나 해설을 삽입해 감정의 흐름을 일부러 끊어내는 연출 방식입니다. 관객이 극의 내용에 몰입하기보다는 한 걸음 물러서서 이야기와 사회적 메시지를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효과이죠.

지난 추석 연휴에 저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수가없다>를 보았습니다. 이 작품은 40대 가장이 실직 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자신만의 극단적인 방법으로 재취업을 시도하는 과정을 그립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첫 번째 비극이 전개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서로를 죽이려는 팽팽한 긴장 속, 배우들의 대사 위로 조용필의 ‘고추잠자리’가 크게 울려 퍼지며 분위기가 아이러니하게 전환되었죠. 잔혹한 긴장 속에 흘러나온 경쾌한 멜로디는 우스꽝스럽고도 해학적으로 느껴졌고, 그 속에서 웃음과 불편함이 동시에 밀려왔습니다. 그 순간 문득, 현실의 무게가 잠시 가벼워지며 관객으로서 나 자신과 삶을 다시 바라보게 되더군요.

일상이나 사회생활 속에서도 우리의 마음을 답답하게 하는 순간들이 종종 있지 않나요? 그럴 때면 우리도 삶의 한 장면에 '소격 효과'를 연출해 보면 어떨까요? 상황에서 잠시 벗어나 한 발 떨어져 바라볼 때, 오히려 새로운 관점과 자신만의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번 달 지관서가의 인문 프로그램들이 여러분 삶 속에 그런 작지만 깊은 ‘거리 두기’의 여백이 되어 주길 바랍니다. 잠시 멈추어 자신을 바라보고, 그 안에서 ‘행복’의 의미를 다시 발견하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 책 읽는 저녁 

『침묵에서 말하기로』 캐럴 길리건

[프로그램 일정]

2. 예술과 철학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 13:00~15:00
- 연사: 김남호 교수
- 인원: 30명 현장 참여(선착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