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각 분야 명사들이 들려주는 다양한 주제의 인문이야기를 통해 생각의 지평을 넓히고, 지혜의 깊이를 더하시길 바랍니다.

연구[명상] 일터에서의 영성 (김용재 작곡가)

2026-01-13
일터에서의 영성

기업문화의 새로운 풍경이 될 수 있을까?

 

김용재 (2025. 12.)

명상이나 마음챙김이 제도종교의 경계를 넘어 개인의 몸과 마음을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데 효과적인 일상적 자기돌봄의 기술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 삶의 중요한 영역 중 하나인 일터에서도 명상과 마음챙김을 발견하는 것이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닙니다. 명상과 마음챙김은 유행에 민감한 유명 인사들이나 대기업의 CEO들뿐만 아니라 일반 사원들의 연수 프로그램으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회사 내에 명상을 위한 공간을 갖추거나 직원을 위한 자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기업들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명상에 주목하는 것은 구성원들의 건강과 행복이 장기적으로 기업의 이윤 추구와 지속가능한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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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문화의 새로운 풍경

명상이 전용 공간과 정규 연수 프로그램 등의 구체화된 형태로 기업에 등장하고, 리더십 교육과 복지의 주요한 요소가 된 현재, 비즈니스 영역에서 이와 맥이 닿는 유사한 흐름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우리말로 ‘일터 영성’ 또는 ‘직장 영성’ 등으로 직역될 수 있는 Workplace Spirituality(WS)는 ‘일터에서의 영성’을 의미하는 표현입니다. 이는 기업에서 명상과 마음챙김이 주목받게 된 이유와 유사하게, 일터에서의 영성이 구성원들의 안녕과 조직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인식에 기반을 둡니다.


‘일터에서의 영성’이 무엇일까?

그렇다면 일터에서의 영성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일터에서의 영성의 의미는 일반적인 의미에서 ‘영성’이 의미하는 바와 견주어 살펴볼 때 더 잘 드러납니다. 영성(靈性, spirituality)의 의미를 정의하는 것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입니다. 이 글에서는 삶의 근본적인 의미와 목적을 탐구하려는 ‘궁극적 관심’(폴 틸리히)이자, 자신을 넘어서는 더 큰 차원과의 관계에 근거하여 자기 정체성을 발견하고 행동의 기준을 세우는 것이라는 관점으로 영성을 바라보려고 합니다.

일터에서의 영성은 그러한 일반적인 영성의 의미에서 말하는 ‘일상성을 넘어서는 초월적 차원’ 대신 조직의 맥락―의미 있는 업무, 일터 내의 관계와 소속감, 조직 가치와의 정렬 등―을 통해 구성원이 정체성과 의미를 발견하는 것을 뜻합니다. 이는 일반적인 영성 개념이 갖는 나를 넘어서는 차원과의 관계를 회사 조직을 향한 것으로 방향 전환한 것이라고 볼 수 있고, 영성의 자기 초월적 의미를 조직이 수용 가능한 현실적인 수준으로 축소하여 적용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개인과 조직: 일터에서의 영성의 두 가지 차원

일터에서의 영성(WS)은 조직 구성원의 내적 삶의 의미, 소속감, 조직과의 가치 정렬 등 개인적 경험과 심리에 보다 집중하는 개념입니다. 그와 유사하지만 조직의 구조 차원에서 영성을 바라보는 조직 차원의 영성, Organizational Spirituality(OS) 개념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조직 차원의 영성은 개인적 차원의 영성(WS)이 촉진될 수 있도록 기업의 문화, 제도, 구조적 틀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과 더불어, 그렇게 조율된 조직의 가치나 실천이 만들어내는 조직의 집단적인 영적 정체성 자체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일터에서의 영성의 두 차원―개인과 조직―은 유사해 보이지만 강조점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일터에서의 영성의 두 가지 차원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모습과 거기에 내포된 어두운 측면을 차례로 살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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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차원: 의미와 소속감의 회복

일터에서의 영성(WS)을 다루는 연구에 따르면, 일터에서의 영성은 구성원들의 직무 만족도와 몰입도를 높이고, 웰빙을 촉진하며 스트레스와 번아웃을 줄여준다고 합니다. 또한 조직에 대한 소속감과 조직 내 관계를 개선하는 데도 유의미한 효과를 준다고 합니다. 일터에서의 영성은 구성원들이 일을 단지 해야 할 건조한 업무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적 삶과 연관하여 받아들임으로써, 일터 속의 나와 일상 속의 나 사이의 괴리를 좁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조직 차원: 영성적 조직 문화 설계하기

조직 차원의 영성(OS)은 조직의 문화나 가치, 제도가 구성원 개인 차원의 영성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구조화되어 있는지를 다루는 개념입니다. 조직 차원의 영성의 핵심 요소는 영성에 기반한 조직 가치, 의미와 목적이 중심이 되는 업무 환경, 조직 내 지지적 관계와 단단한 연결감, 조직의 사회적·윤리적·환경적 책임 의식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조직 차원의 영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연구들은 조직 차원의 영성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조직이 설계될 때 구성원들의 직무 몰입, 조직 만족, 업무 만족도가 높아진다고 평가합니다.

일터에서의 영성의 개인적, 조직적 차원이 추구하는 이상적 가치와 긍정적 효과는 수많은 사람들이 일터에서 왜 행복이 아닌 괴로움을 더 많이 느낄 수밖에 없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기도 합니다. 수많은 조직과 업무의 현실이 개인의 내적 삶과 큰 괴리 속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이런 이상적 가치가 구성원 개인 안에서 자연스럽게 자발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선한 목표가 구조적 강제로 바뀔 때 일터에서의 영성은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특히 개인 차원보다 조직 차원에서 ‘영성’이라는 언어를 사용할 때 더 그러합니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일터에서의 영성이 지닌 그림자를 살펴보겠습니다.

 

마음챙김의 배신

일터에서의 영성의 그림자를 본격적으로 살피기 전에, 마음챙김에서 유사한 선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서두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명상이나 마음챙김이 종교 수행의 맥락을 넘어서 확산되는 현상을 비판적으로 검토한 시도가 있었습니다. 로널드 퍼서는 『마음챙김의 배신』이라는 책에서 종교적·윤리적·성찰적 맥락이 제거된 채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마음챙김을 ‘맥마인드풀니스(McMindfulness)’라 지칭합니다. 그는 도구화·상업화·심리치료화된 마음챙김은 개인의 통증은 줄이되, 구조적 모순을 직시하지 못하도록 은폐시키는 “신자유주의적 자기계발 기술”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고통의 모든 원인을 개인의 심리 조율 차원으로 환원함으로써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는 대신 개인이 ‘더 잘 견디고 적응하라’는 착취의 언어를 내면화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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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 조직’이라는 관리술

일터에서의 영성에 대해서도 비슷한 맥락의 비판이 가능합니다. 특히 일터에서의 영성이 구성원 개인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드러나는 대신, 긍정적 효과 자체가 목표가 될 때 일터에서의 영성은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일터에서의 영성이 구조적 요구가 될 때, 단지 열심히 일하고 성과를 내라는 압박을 넘어서 태도와 마음, 심지어 영혼 같은 내적 삶까지 회사의 목표에 맞추기를 요구하는 근본적인 착취이자 정서노동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개인 차원의 일터에서의 영성(WS)보다 조직 차원의 영성(OS)을 하향식으로 적용하려고 할 때 더 큰 주의가 필요합니다. 일터에서의 영성을 비판하는 학자들은 기업 내 영성 담론은 겉으로는 긍정적인 가치를 내세우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내부 갈등이나 비판을 도덕적 배신으로 만들고, 감정이나 양심마저 조직의 목표에 동원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또한 ‘영성화’된 기업 문화 담론은 맥마인드풀니스와 유사하게 종교 전통의 언어·실천·가치를 선택적으로 가져와 기업에 맞지 않는 초월성·윤리성·비판성을 제거한 채 더 나은 성과와 조직에 대한 충성의 장치로 재구성하는 신자유주의적 관리 기술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추종과 거부 사이의 길

일터에서의 영성이 가진 빛과 그림자를 우리가 모두 고려할 때, 우리에게 필요한 태도는 선악 여부를 따지기 전에 그것의 맥락을 더 신중하게 살피는 것입니다. 일터에서의 영성 담론을 누가, 무엇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는지, 그리고 거기에 내재된 권력구조는 무엇이며 소외되는 목소리는 무엇인지 인식해야 합니다. 또한 참여의 자발성과 거부권이 보장되며 다양한 종교적 세계관이 공존하고 비판과 문제제기를 허용하는 문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영성, 마음챙김 또는 그 어떤 그럴듯한 목표와 긍정적인 약속도 폭력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어떤 사람은 일터에서 자신의 영혼까지 내어놓을 정도로 헌신하며 의미를 느끼며 일할 수 있지만, 또 다른 사람은 일은 일로 적당히 대하고 개인의 내적 삶과 의미는 사적 영역에서만 안전하게 지키는 것을 선호할 수 있습니다. 일터에서의 영성은 조직의 관리 장치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신념과 가치, 태도가 부담 없이 공존하는 열린 장이 되는 제한적인 조건 속에서만 비로소 구성원들 안에서 조심스럽게 싹틀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는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명상, 힐링 그리고 영성 콘텐츠들을 만나게 될 때, 이 글에서 함께 나눈 이 지점들을 독자분들도 함께 고민하고 질문할 수 있기를 희망하며 글을 마칩니다.


필자 소개

김용재

작곡가, 피아니스트

음악명상그룹 케렌시아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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