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호환탄환사 幻虎還呑幻師: 호랑이에 잡아먹힌 마법사
명상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명상 수행의 전문용어가 일상에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대표적으로는 ‘마음챙김’ mindfulness이 있고 최근에는 지관 止觀이라는 용어가 일상의 영역으로 그 의미를 확장해 가고 있다.
우리 사회의 대표적 인문학 지원 재단인 플라톤 아카데미가 재단법인 지관 止觀으로 법인명을 변경하였고, 동 재단에서 전국의 여러 지역에 설립·지원하고 있는 복합문화공간의 명칭 또한 지관서가 止觀書架이다. 2019년 여름에 문을 연 울산대공원 지관서가를 필두로 현재까지 6개 지역에 11개의 지관서가가 설립되어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인문 활동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울산대공원 止觀書架
지관 止觀이란 용어 자체는 익숙하거나 일상적으로 사용되어 온 말은 아니다. 그러나 ‘멈출’ 지 止 ‘볼’ 관 觀, ‘멈춰서 바라보다’라는 의미는 더 다른 설명이 필요 없이 사람들에게 와 닿는다. 세상은 숨 가쁘게 돌아가고 넘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불안정하고 산만해진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잠시 ‘멈춰 서서’ 나 자신과 세상을 ‘가만히 ‘바라보고’ 싶은 것이다.
지 止와 관 觀은 마음의 활동 양상에 관한 은유적 표현이지만, 일상에서 ‘멈춤’과‘봄’의 의미와 관련한 제2, 제3의 새로운 의미 생성은 열려있다. 등산하는 이에게는 오로지 정상만을 향해 갈 것이 아니라 등산길에서 마주치는 자연의 소리, 숲과 꽃의향기, 바위나 나무의 경치를 즐기라는 의미가 될 수 있고, 매일 매시간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에게 지관이란 간과하기 쉬운 소소한 것들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의미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일상을 살아가는 삶의 기술로서 지관의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지관은 원래 깨달음을 목표로 하는 수행자들을 위한 전문 명상법이지만, 일상의 마음 건강을 위한 삶의 기술이 될 수 있다. 전문 스포츠인 마라톤이 건강한 삶을 위한 일상의 운동이 될 수 있는 것과 같다. 물론 일상의 건강을 위해 달리는 사람들도 ‘금메달’을 목표로 달리는 전문 마라토너의 연습방식과 주법 走法은 알 필요가 있다. 실천의 강도 强度와 정도의 차이는 당연하겠지만, 그것을 이해하고 실천할 때 부상의 위험도 줄고 건강 증진에도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깨달음이든 마음 건강이든 그 어떤 것을 목표로 하더라도 지관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지관은 지금까지 알려진, 효과가 검증된 모든 명상의 기본 원리일 뿐 아니라, 굳이 앉아서 명상을 하는 경우가 아니라도 일상적 마음가짐의 좋은 모델을 제시해 준다. 지관의 원리를 이해하면 멍하니 창밖을 보면서 머리를 식힐 때도 사소한 감정과 집착을 효과적으로 흘려보내면서 짧은 시간 안에 몸과 마음을 재충전할 수 있다. 그 밖에도 시험이나 프레젠테이션 등 긴장하게 되는 상항에서도 차분한 마음가짐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1. 지(止), ‘멈춤’이란
지관은 지와 관의 합성어이다.
먼저 지 止는 마음을 한 대상에 집중하는 수행법이며 그 효과는 고요함 혹은 평온함이다. 집중의 방식과 대상은 다양하다. 호흡이나 시각, 청각, 미각 등 신체 감각에 집중하거나, 짧은 기도문이나 주문을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집중에 이른다. 또한 자신의 종교와 관련한 인물이나 대상을 시각화하여 집중하는 방법도 있으며, 간화선 전통에서는 화두 話頭에 집중한다. 집중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그 과정을 통해 얻게 되는 고요함과 평온함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트라우마나 부정적 감정을 불러올 수 있는 대상은 일단 제외하는 것이 좋다.
물론 단번에 집중하는 경우는 없다. 지 止, ‘멈춤’이 의미하듯 집중의 의미는 산만한 마음을 돌이켜, 대상에 되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초심자와 숙련된 사람의 차이는 흐트러진 마음을 알아채고 다시 돌아가는 시간 간격이다. 되풀이 되는 가운데 산만한 마음이 가라앉고 대상에 오롯이 집중된 상태를 삼매, 선정 혹은 적정 寂靜이라고 표현하는 ‘평온한 집중’의 상태다.
그렇다면 왜 ‘평온한 집중’일까? 집중하면서 ‘평온’하다는 것은 무엇이며, 평온하면서 ‘집중’한다는 것은 또 어떤 의미인가? 여기에 지 止, ‘멈춤’의 중요한 의미가 있다.
다른 생명을 해치거나 절도나 사기와 같은 범죄를 계획 할 때에도 집중은 가능하겠지만 평온하고는 거리가 멀다. 욕망에 ‘사로잡힌’ 상태다. 범죄행위가 아니라도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집중이라고 여기는 상태는 집착이나 애착의 들뜬 상태이거나 분노와 미움과 같은 부정적 감정이 그 바닥에 있다. 영화나 스포츠 경기를 관람 할 때에도 집중은 할 수 있으나 평온함은 힘들다. 나 자신도 이 글을 쓰면서 ‘잘 써야겠다’는 욕심, 독자들의 인정과 칭찬을 기대하면 지금까지의 집중이 흐트러지고 안절부절하는 불안을 경험하고 있다. ‘평온함이 없는 집중’은 명료한 인식을 방해한다. 대상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내가 ‘바라는 대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괴로움은 거기에서 온다.
한편 평온하지만 아무런 생각이 없이 멍한 상태도 있다. 소위 ‘멍’ 때리는 상태다. 흔히 ‘멍때리기’를 명상의 일종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명상은 마음을 진공상태로 만드는 ‘멍때리기’가 아니다. ‘멍’하기만 한 상태를 혼침 昏沈이라고 한다. 어둡고 바닥으로 가라앉는 마음의 상태다. 반대로 명상은 ‘wake-up’, 곧 깨어나는 것이다.
집중은 나를 둘러싼 세계와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와 반대로 집중의 초점으로 반복해서 돌아가는 과정에서 점차 생각이 줄고, 생각이 줄면 나의 몸과 마음이 경험하고 있는 현재를 더 잘 알아차릴 수 있게 된다. 송광사에서 10년간 선 수행을 했던 프랑스의 마틴 버첼러의 다음과 같은 언급은 집중의 의미를 잘 보여주고 있다.
저는 앉아서 화두를 참구하고 있었습니다.
지붕에는 거센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잡념에 빠져있을 때 저는 비를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화두를 들며 의심하는 중에는 배경으로 지붕의 빗소리를 알아차렸습니다.
집중은 지금 여기 나와 나의 마음 그리고 환경이 빚어내는 전체를 온전하게 경험하는 일이다. 따라서 ‘멈춤’이 의미하는 것은 ‘마음속 잡담’을 멈추는 일이며, 과거로, 미래로의 시간여행을 멈추고, 지금 여기 현재에 온전하게 머무는 것을 의미한다.
2. 관(觀), ‘바라봄’이란
관(觀)이란 호흡이나 청각과 같은 감각경험의 변화, 정서적 느낌이나 감정의 변화를 을 관찰하는 수행이다. 현재 일어나는 일을 예단과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바라볼 것’을 강조한다. ‘바라봄’의 효과는 명료한 인식이다. 그래서 관을 강조하는 수행법을 ‘통찰명상’ Insight meditation이라고 한다. 이 통찰을 불교 전통에서는 지혜라고 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지혜는 흔히 생각하는 ‘삶의 연륜에서 오는 지혜’ old man’s wisdom가 아니라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통찰적 지혜다. 일어나는 생각, 느낌, 감각의 변화를 관찰함으로써 지금까지 이러한 것들과 습관적으로 맺어 왔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관계를 맺게 된다.
우리의 마음은 한순간에도 많은 생각과 감정들이 쏟아져 나오고 일단 드러난 감정과 생각들은 자동화된 연쇄 반응을 일으키면서 연관된 감정과 생각들로 이어진다. 이러한 감정과 생각들을 ‘바라본다’라고 하는 것은 우선, 저 흘러가는 감정과 생각들에 휩싸이지 않고 조용히 지켜보면서 점차 그러한 감정과 생각들을 나 자신과 동일시하지 않게 되는 것을 말한다.
‘바라봄’의 두 번째 의미는 ‘틈새’를 발견하는 일이다. 우리는 흔히 마음을 흐르는 강물과 같이 연속적인 흐름으로 생각하지만, 불교의 명상전통 그리고 최근의 뇌 과학의 실험 관찰에 따르면 마음은 마치 형광등 불빛과 같이 불연속적인 연속이다. 떠오르는 생각과 이어지는 생각 사이의 틈이 있다. 최근 명상가들 사이에서는 그 틈을 ‘갭’ gap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명상수행의 중요한 요소로 여기고 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일상의 흐름을 끊고 휴식하는 시간을 ‘break time’이라고 하듯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마음과 마음 사이에서 ‘틈새’를 발견하는 것은 마음의 휴식 공간을 창출하는 일이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일이기도 하다. 예컨대 여러 감정과 생각들이 뒤섞인 한 무더기로 ‘이것은 좋다’ ‘저것은 싫다’ 혹은 ‘이러하다, 저러하다’라는 습관적 반응 reaction의 연쇄를 끊고, 그것들의 특성을 살펴보고, 이어지는 것들과 어떻게 다른지 식별하고, 어떻게 대응 response할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는 ‘틈새’를 갖게 되는 것이다. 내면의 자유와 안정감을 키워나가는 계기이자 공간이 바로 이 틈 gap인 것이다.
지 止를 강조하는 ‘집중명상’이든 관 觀을 강조하는 '통찰명상'이든, 지와 관의 조화와 균형은 중요하며 실제 수행에서는 동시적으로 혹은 병행해서 진행된다. 산만한 마음을 돌이켜 집중의 초점으로 되풀이해서 돌아올 때마다, 우리의 습관적 사고 패턴의 영향력이 줄어들며, 마음의 자동화 된 반응에서 벗어나게 된다. 또한 바라보는 힘을 통해 우리는 마음과 마음 사이의 틈새를 발견하게 되고 명상이 익숙해짐에 따라 그 틈새는 일상의 디폴트 상태가 되며, 분노와 같은 강렬한 감정에 휩싸이더라도 신속하게 그 틈새로 귀환할 수 있게 된다.

조성택
(전) 고려대학교 철학과 교수, 사단법인 마인드랩 대표
고려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UC 버클리에서 불교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마인드랩에서 종교문해력의 연구와 교육, 실천적 지혜로서의 명상을 대중적으로 확산시키는 데에 매진하고 있다.
환호환탄환사 幻虎還呑幻師: 호랑이에 잡아먹힌 마법사
명상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명상 수행의 전문용어가 일상에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대표적으로는 ‘마음챙김’ mindfulness이 있고 최근에는 지관 止觀이라는 용어가 일상의 영역으로 그 의미를 확장해 가고 있다.
우리 사회의 대표적 인문학 지원 재단인 플라톤 아카데미가 재단법인 지관 止觀으로 법인명을 변경하였고, 동 재단에서 전국의 여러 지역에 설립·지원하고 있는 복합문화공간의 명칭 또한 지관서가 止觀書架이다. 2019년 여름에 문을 연 울산대공원 지관서가를 필두로 현재까지 6개 지역에 11개의 지관서가가 설립되어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인문 활동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지관 止觀이란 용어 자체는 익숙하거나 일상적으로 사용되어 온 말은 아니다. 그러나 ‘멈출’ 지 止 ‘볼’ 관 觀, ‘멈춰서 바라보다’라는 의미는 더 다른 설명이 필요 없이 사람들에게 와 닿는다. 세상은 숨 가쁘게 돌아가고 넘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불안정하고 산만해진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잠시 ‘멈춰 서서’ 나 자신과 세상을 ‘가만히 ‘바라보고’ 싶은 것이다.
지 止와 관 觀은 마음의 활동 양상에 관한 은유적 표현이지만, 일상에서 ‘멈춤’과‘봄’의 의미와 관련한 제2, 제3의 새로운 의미 생성은 열려있다. 등산하는 이에게는 오로지 정상만을 향해 갈 것이 아니라 등산길에서 마주치는 자연의 소리, 숲과 꽃의향기, 바위나 나무의 경치를 즐기라는 의미가 될 수 있고, 매일 매시간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에게 지관이란 간과하기 쉬운 소소한 것들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의미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일상을 살아가는 삶의 기술로서 지관의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지관은 원래 깨달음을 목표로 하는 수행자들을 위한 전문 명상법이지만, 일상의 마음 건강을 위한 삶의 기술이 될 수 있다. 전문 스포츠인 마라톤이 건강한 삶을 위한 일상의 운동이 될 수 있는 것과 같다. 물론 일상의 건강을 위해 달리는 사람들도 ‘금메달’을 목표로 달리는 전문 마라토너의 연습방식과 주법 走法은 알 필요가 있다. 실천의 강도 强度와 정도의 차이는 당연하겠지만, 그것을 이해하고 실천할 때 부상의 위험도 줄고 건강 증진에도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깨달음이든 마음 건강이든 그 어떤 것을 목표로 하더라도 지관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지관은 지금까지 알려진, 효과가 검증된 모든 명상의 기본 원리일 뿐 아니라, 굳이 앉아서 명상을 하는 경우가 아니라도 일상적 마음가짐의 좋은 모델을 제시해 준다. 지관의 원리를 이해하면 멍하니 창밖을 보면서 머리를 식힐 때도 사소한 감정과 집착을 효과적으로 흘려보내면서 짧은 시간 안에 몸과 마음을 재충전할 수 있다. 그 밖에도 시험이나 프레젠테이션 등 긴장하게 되는 상항에서도 차분한 마음가짐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1. 지(止), ‘멈춤’이란
지관은 지와 관의 합성어이다.
먼저 지 止는 마음을 한 대상에 집중하는 수행법이며 그 효과는 고요함 혹은 평온함이다. 집중의 방식과 대상은 다양하다. 호흡이나 시각, 청각, 미각 등 신체 감각에 집중하거나, 짧은 기도문이나 주문을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집중에 이른다. 또한 자신의 종교와 관련한 인물이나 대상을 시각화하여 집중하는 방법도 있으며, 간화선 전통에서는 화두 話頭에 집중한다. 집중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그 과정을 통해 얻게 되는 고요함과 평온함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트라우마나 부정적 감정을 불러올 수 있는 대상은 일단 제외하는 것이 좋다.
물론 단번에 집중하는 경우는 없다. 지 止, ‘멈춤’이 의미하듯 집중의 의미는 산만한 마음을 돌이켜, 대상에 되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초심자와 숙련된 사람의 차이는 흐트러진 마음을 알아채고 다시 돌아가는 시간 간격이다. 되풀이 되는 가운데 산만한 마음이 가라앉고 대상에 오롯이 집중된 상태를 삼매, 선정 혹은 적정 寂靜이라고 표현하는 ‘평온한 집중’의 상태다.
그렇다면 왜 ‘평온한 집중’일까? 집중하면서 ‘평온’하다는 것은 무엇이며, 평온하면서 ‘집중’한다는 것은 또 어떤 의미인가? 여기에 지 止, ‘멈춤’의 중요한 의미가 있다.
다른 생명을 해치거나 절도나 사기와 같은 범죄를 계획 할 때에도 집중은 가능하겠지만 평온하고는 거리가 멀다. 욕망에 ‘사로잡힌’ 상태다. 범죄행위가 아니라도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집중이라고 여기는 상태는 집착이나 애착의 들뜬 상태이거나 분노와 미움과 같은 부정적 감정이 그 바닥에 있다. 영화나 스포츠 경기를 관람 할 때에도 집중은 할 수 있으나 평온함은 힘들다. 나 자신도 이 글을 쓰면서 ‘잘 써야겠다’는 욕심, 독자들의 인정과 칭찬을 기대하면 지금까지의 집중이 흐트러지고 안절부절하는 불안을 경험하고 있다. ‘평온함이 없는 집중’은 명료한 인식을 방해한다. 대상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내가 ‘바라는 대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괴로움은 거기에서 온다.
한편 평온하지만 아무런 생각이 없이 멍한 상태도 있다. 소위 ‘멍’ 때리는 상태다. 흔히 ‘멍때리기’를 명상의 일종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명상은 마음을 진공상태로 만드는 ‘멍때리기’가 아니다. ‘멍’하기만 한 상태를 혼침 昏沈이라고 한다. 어둡고 바닥으로 가라앉는 마음의 상태다. 반대로 명상은 ‘wake-up’, 곧 깨어나는 것이다.
집중은 나를 둘러싼 세계와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와 반대로 집중의 초점으로 반복해서 돌아가는 과정에서 점차 생각이 줄고, 생각이 줄면 나의 몸과 마음이 경험하고 있는 현재를 더 잘 알아차릴 수 있게 된다. 송광사에서 10년간 선 수행을 했던 프랑스의 마틴 버첼러의 다음과 같은 언급은 집중의 의미를 잘 보여주고 있다.
저는 앉아서 화두를 참구하고 있었습니다.
지붕에는 거센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잡념에 빠져있을 때 저는 비를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화두를 들며 의심하는 중에는 배경으로 지붕의 빗소리를 알아차렸습니다.
집중은 지금 여기 나와 나의 마음 그리고 환경이 빚어내는 전체를 온전하게 경험하는 일이다. 따라서 ‘멈춤’이 의미하는 것은 ‘마음속 잡담’을 멈추는 일이며, 과거로, 미래로의 시간여행을 멈추고, 지금 여기 현재에 온전하게 머무는 것을 의미한다.
2. 관(觀), ‘바라봄’이란
관(觀)이란 호흡이나 청각과 같은 감각경험의 변화, 정서적 느낌이나 감정의 변화를 을 관찰하는 수행이다. 현재 일어나는 일을 예단과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바라볼 것’을 강조한다. ‘바라봄’의 효과는 명료한 인식이다. 그래서 관을 강조하는 수행법을 ‘통찰명상’ Insight meditation이라고 한다. 이 통찰을 불교 전통에서는 지혜라고 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지혜는 흔히 생각하는 ‘삶의 연륜에서 오는 지혜’ old man’s wisdom가 아니라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통찰적 지혜다. 일어나는 생각, 느낌, 감각의 변화를 관찰함으로써 지금까지 이러한 것들과 습관적으로 맺어 왔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관계를 맺게 된다.
우리의 마음은 한순간에도 많은 생각과 감정들이 쏟아져 나오고 일단 드러난 감정과 생각들은 자동화된 연쇄 반응을 일으키면서 연관된 감정과 생각들로 이어진다. 이러한 감정과 생각들을 ‘바라본다’라고 하는 것은 우선, 저 흘러가는 감정과 생각들에 휩싸이지 않고 조용히 지켜보면서 점차 그러한 감정과 생각들을 나 자신과 동일시하지 않게 되는 것을 말한다.
‘바라봄’의 두 번째 의미는 ‘틈새’를 발견하는 일이다. 우리는 흔히 마음을 흐르는 강물과 같이 연속적인 흐름으로 생각하지만, 불교의 명상전통 그리고 최근의 뇌 과학의 실험 관찰에 따르면 마음은 마치 형광등 불빛과 같이 불연속적인 연속이다. 떠오르는 생각과 이어지는 생각 사이의 틈이 있다. 최근 명상가들 사이에서는 그 틈을 ‘갭’ gap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명상수행의 중요한 요소로 여기고 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일상의 흐름을 끊고 휴식하는 시간을 ‘break time’이라고 하듯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마음과 마음 사이에서 ‘틈새’를 발견하는 것은 마음의 휴식 공간을 창출하는 일이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일이기도 하다. 예컨대 여러 감정과 생각들이 뒤섞인 한 무더기로 ‘이것은 좋다’ ‘저것은 싫다’ 혹은 ‘이러하다, 저러하다’라는 습관적 반응 reaction의 연쇄를 끊고, 그것들의 특성을 살펴보고, 이어지는 것들과 어떻게 다른지 식별하고, 어떻게 대응 response할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는 ‘틈새’를 갖게 되는 것이다. 내면의 자유와 안정감을 키워나가는 계기이자 공간이 바로 이 틈 gap인 것이다.
지 止를 강조하는 ‘집중명상’이든 관 觀을 강조하는 '통찰명상'이든, 지와 관의 조화와 균형은 중요하며 실제 수행에서는 동시적으로 혹은 병행해서 진행된다. 산만한 마음을 돌이켜 집중의 초점으로 되풀이해서 돌아올 때마다, 우리의 습관적 사고 패턴의 영향력이 줄어들며, 마음의 자동화 된 반응에서 벗어나게 된다. 또한 바라보는 힘을 통해 우리는 마음과 마음 사이의 틈새를 발견하게 되고 명상이 익숙해짐에 따라 그 틈새는 일상의 디폴트 상태가 되며, 분노와 같은 강렬한 감정에 휩싸이더라도 신속하게 그 틈새로 귀환할 수 있게 된다.
조성택
(전) 고려대학교 철학과 교수, 사단법인 마인드랩 대표
고려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UC 버클리에서 불교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마인드랩에서 종교문해력의 연구와 교육, 실천적 지혜로서의 명상을 대중적으로 확산시키는 데에 매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