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재발견: 외롭지 않은 혼자를 만끽하기
- 고독의 순기능: 사회적 관계로부터의 휴식
- ‘혼자’와 ‘같이’의 상생 관계
- 혼자의 순간을 만끽하려면
- 혼자의 순간을 만끽하려면

출처: Unsplash의Milan Popovic
외로움은 현대 사회의 유행병(epidemic)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고도화된 산업화, 도시 이주, 그리고 개인주의 문화의 확산 등으로 공동체 삶의 양식이 해체되고 외로움이 사회적 문제로 부상했다는 것이죠. 한국에서는 외로움이 청년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세대를 가리지 않고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죠. 서울시는 최근 ‘외로움 없는 서울’ 정책을 발표하고 외로운 전담 콜센터(외로움안녕120)를 운영하는 등 외로움은 이제 단순히 개인적인 감정의 영역을 넘어 사회적인 문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추세와 반대되는 현상도 눈에 띕니다. 혼자 있는 시간에 대한 욕구와 가치가 증가하는 것입니다. 문화관광체육부가 2024년 국민 여가 활동 조사를 바탕으로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과반수 이상(54.9%)이 혼자서 하는 여가 활동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TV, 혹은 온라인/모바일 영상 시청이 주된 여가 활동으로 보고가 됐고요. 또다른 흥미로운 통계는 가구회사 이케아(IKEA)에서 진행한 2023 라이프 앳 홈 보고서에도 나타납니다. 전세계 39개국이 참여한 조사에서 한국 응답자들이 집 구성원들과 함께하는 시간(응답률 14%, 조사국 중 최하위)보다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응답률 40%, 조사국 중 1 위)을 집에서 생활하는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보고한 것입니다.
한편에서는 외로움을 걱정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혼자 있고 싶어하는 이 불일치한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혼밥, 혼술, 혼코노 등 다양한 ‘혼’자 활동을 즐기면서 우리도 모르게 외로움이라는 병을 키우고 있는 것일까요? 오늘의 희소식에서는 혼자 있는 상태, 혹은 고독(solitude)에 대한 심리학적 논의들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Ⅰ. 고독과 외로움, 사회적 고립 구분하기
혼자 있는 상태는 종종 부정적인 꼬리표가 붙습니다. 혼자 있는 상태를 표현하는 영단어 solitude를 번역할때만 하더라도 ‘고독’이라는 단어가 쓰이곤 하는데, 고독(孤獨)은 단어 그 자체로 외롭고 쓸쓸한 느낌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또, 고독과 자주 연관되는 단어인 ‘고독사’는 우리 사회의 노인 빈곤과 사회적 배제의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죠. ‘모태솔로’라는 말은 어떨까요. 최근 유행하는 연애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연애를 해보지 못했다는 것이 외모나 성격적으로 무언가 모자라 보이고, 연애나 결혼을 하지 않는 상태는 종종 극복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혼자인 상태가 꼭 나쁜 것일까요? 심리학 연구는 혼자 보내는 시간이 꼭 부정적이지만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에너지 회복, 창의성 발휘와 같은 긍정적인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따라서 최근 연구자들은 고독을 그와 종종 연관되는 개념인 외로움(loneliness), 혹은 사회적 고립(isolation)과 구분할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 외로움(loneliness): 사회적 관계나 상호작용에 대한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
- 사회적 고립(social isolation): 사회적 연결의 기회가 적거나 사회적 관계망이 두텁지 않은 상태
- 고독/혼자인 상태(solitude): 물리적으로 다른 사람과 떨어져 홀로 있거나 사회적 상호 작용이 없는 상태
모두 관련성이 큰 개념들이지만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고독이 다른 두 개념에 비해 반드시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죠.
Ⅱ. 고독의 순기능: 사회적 관계로부터의 휴식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 시행되던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에 대해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거리두기로 인해 홀로 지내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재택 근무 등의 근무 유연화와 휴직, 실직의 확산 등으로 2인 이상 가구의 구성원들은 이전보다 더 긴 시간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보내게 되었고, 이는 가족 간 갈등의 증가로 이어지기도 하였습니다. 또, 유치원과 학교의 휴원/휴교, 그리고 지자체의 방문 의료와 돌봄 서비스의 중단은 사회적 시스템이 수행하던 돌봄의 역할을 각 가정에 떠맡겼습니다. 사회적 단절에 대한 우려와 반대로 팬데믹이 어떤 이들에게는 과도한 연결의 시간이기도 했던 것이죠.
연구에 따르면 고독에 대한 욕구와 만족도는 위와 같이 사회적 관계에서 오는 부담이 증가할 때 같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글쓴이(최윤석)가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2인 이상 가구의 구성원들은 1인 가구 구성원에 비해 다른 사람과 보내는 시간이 긴 것으로 보고되었고, 이는 다시 고독에 대한 더 강한 욕구와 관련이 있었습니다. 또, Pauly의 연구는 혼자 보내는 시간이 미성년자 자녀를 둔 중년 부모의 웰빙 증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시합니다. 혼자 보낸 시간이 있던 날이 그렇지 않았던 날에 비해 부정적 감정이 적게 관찰되었고, 더 건강한 스트레스 호르몬 패턴이 나타난 것입니다. 이러한 결과는 혼자 있는 시간이 제공하는 충전의 기능과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사회적 관계에서 수행해야 하는 역할과 의무에서 떨어져 있는 시간은 나 스스로에게 집중하며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이죠.
Ⅲ. ‘혼자’와 ‘같이’의 상생 관계
혼자 보내는 시간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는 현상은 좋은 것일까요? 어쩌면 우리도 모르게 우리 마음 속에 외로움을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러한 질문은 혼자인 상태가 종종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있는 상태와 대비되어 보여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두 상태가 반드시 대치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사회적 관계에서 충족될 수 있는 소속감(belonging)과 혼자 있는 상태에서 충족될 수 있는 자율성(autonomy) 모두 우리에게 필요한 중요한 욕구들이죠.
최근 연구에서 보여지는 흥미로운 지점은 혼자 보내는 시간의 질과 사회적 관계의 질이 종종 긍정적인 상관 관계를 보인다는 것입니다. 즉, 좋은 사회적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일수록 더 만족스러운 혼자인 상태를 경험하고,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만족스러울수록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더 좋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Zambrano Garza와 동료들이 60세 이상의 노인과 그들의 가까운 사회적 파트너 (예: 동반자, 친구, 가족 등)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살펴보면, 한 사람이 하룻동안 만족스러운 혼자 있는 시간을 보냈을 때 다른 상대방의 정서적 웰빙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관계가 보고됐습니다. 즉, 혼자 있는 시간이 당사자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그와 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죠
Ⅳ. 혼자의 순간을 만끽하려면

출처: Unsplash의Karacis Studio
어떻게 하면 혼자 있는 시간을 더 만족스럽게 보낼 수 있을까요? 명상을 하거나, 자연 속을 거닐거나, 혹은 글쓰기를 해보는 등의 특별한 취미를 개발해야 할까요? 그런 노력들이 의미가 없진 안겠지만, 오늘 희소식에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건강한 관계 맺기입니다. 위에서 소개한 연구의 내용처럼 우리가 맺고 있는 사회적 관계는 혼자 보내는 시간의 질과 관련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건강한 애착 관계를 맺고 있다면, 혼자 있는 시간이 덜 외롭거나 불안해질 수 있겠죠. 또 이따금씩 혼자만의 재충전할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다시 관계 속으로 돌아와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고요.
하지만 건강한 관계 맺기는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퇴근해도 끊이지 않는 업무 메시지, 주말마다 찾아오는 친지들의 경조사, 자녀의 독립과 은퇴 후에도 이어지는 황혼 육아까지… 우리의 일상은 끊임없는 연결과 그에 따른 숙제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지나친 연결의 피로감이 혼자 있고 싶은 욕구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건강한 관계 맺기는 이러한 연결을 조금 느슨하게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과도한 연결에 대한 나사를 살짝 풀어, 내가 나로서 온전히 존재할 수 있게, 그리고 그렇게 회복된 자율성이 다시 다른 사람과의 연결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게끔 하는 것이죠. 어쩌면 개인과 공동체를 대립시키지 않고 상생하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나’와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문헌
- 김연주. (2020.11.23). 전업주부 '아이와 씨름', 3시간32분 늘었다.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0/11/23/ALJJYRKLYZAJVA3ZFOBKF3EYYU/
- 김예지. (2025.04.08). 노인 문제에서 청년 위기로 전이된 고독·외로움, '자살 충동'. 파이낸셜 뉴스: https://www.fnnews.com/news/202504080930533851
- 문화체육관광부. (2024.12.27). 일상에서 풍요롭게 누린 2024년 문화·여가 활동 [보도자료]: https://mcst.go.kr/kor/s_notice/press/pressView.jsp?pSeq=21576
- 서울특별시. (2025.04.03). 외로움, 이젠 안녕! 120 전화로 상담사와 이야기해요. 내 손안에 서울. https://mediahub.seoul.go.kr/archives/2013924
- 이케아. (2023). 2023 이케아 라이프 앳 홈(Life at Home) 보고서 – 한국 조사 결과 하이라이트. https://www.ikea.com/kr/ko/files/pdf/93/ee/93ee9eae/2023-life-at-home-report_korea-highlight.pdf
- Choi, Y., Pauly, T., Zambrano Garza, E., Broen, T., Gerstorf, D., & Hoppmann, C. A. (2023). Having time to oneself in times of extended togetherness: Solitude experiences during the COVID-19 pandemic. Applied Psychology: Health and Well-Being, 15(1), 217–237. https://doi.org/10.1111/aphw.12401
- Hoppmann, C. A., Lay, J. C., Pauly, T., & Zambrano, E. (2021). Social Isolation, Loneliness, and Solitude in Older Adulthood. In R. J. Coplan, J. C. Bowker, & L. J. Nelson (Eds.), The Handbook of Solitude (1st ed., pp. 178–189). Wiley. https://doi.org/10.1002/9781119576457.ch13
- Larson, R., Zuzanek, J., & Mannell, R. (1985). Being Alone Versus Being with People: Disengagement in the Daily Experience of Older Adults. Journal of Gerontology, 40(3), 375–381. https://doi.org/10.1093/geronj/40.3.375
- Pauly T. (2025). "No Time for Myself": Personality Moderates Associations Between Positive Solitude and Parental Well-being. Research square, rs.3.rs-7200119. https://doi.org/10.21203/rs.3.rs-7200119/v1
- Zambrano Garza, E., Pauly, T., Choi, Y., Murphy, R. A., Linden, W., Ashe, M. C., Madden, K. M., Jakobi, J. M., Gerstorf, D., & Hoppmann, C. A. (2024). Daily solitude and well-being associations in older dyads: Evidence from daily life assessments. Applied Psychology: Health and Well-Being, 16(1), 356–375. https://doi.org/10.1111/aphw.12494

최윤석
서강대학교 졸업 후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에서 건강심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Simon Fraser University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활동 中
고독의 재발견: 외롭지 않은 혼자를 만끽하기
출처: Unsplash의Milan Popovic
외로움은 현대 사회의 유행병(epidemic)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고도화된 산업화, 도시 이주, 그리고 개인주의 문화의 확산 등으로 공동체 삶의 양식이 해체되고 외로움이 사회적 문제로 부상했다는 것이죠. 한국에서는 외로움이 청년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세대를 가리지 않고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죠. 서울시는 최근 ‘외로움 없는 서울’ 정책을 발표하고 외로운 전담 콜센터(외로움안녕120)를 운영하는 등 외로움은 이제 단순히 개인적인 감정의 영역을 넘어 사회적인 문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추세와 반대되는 현상도 눈에 띕니다. 혼자 있는 시간에 대한 욕구와 가치가 증가하는 것입니다. 문화관광체육부가 2024년 국민 여가 활동 조사를 바탕으로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과반수 이상(54.9%)이 혼자서 하는 여가 활동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TV, 혹은 온라인/모바일 영상 시청이 주된 여가 활동으로 보고가 됐고요. 또다른 흥미로운 통계는 가구회사 이케아(IKEA)에서 진행한 2023 라이프 앳 홈 보고서에도 나타납니다. 전세계 39개국이 참여한 조사에서 한국 응답자들이 집 구성원들과 함께하는 시간(응답률 14%, 조사국 중 최하위)보다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응답률 40%, 조사국 중 1 위)을 집에서 생활하는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보고한 것입니다.
한편에서는 외로움을 걱정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혼자 있고 싶어하는 이 불일치한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혼밥, 혼술, 혼코노 등 다양한 ‘혼’자 활동을 즐기면서 우리도 모르게 외로움이라는 병을 키우고 있는 것일까요? 오늘의 희소식에서는 혼자 있는 상태, 혹은 고독(solitude)에 대한 심리학적 논의들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Ⅰ. 고독과 외로움, 사회적 고립 구분하기
혼자 있는 상태는 종종 부정적인 꼬리표가 붙습니다. 혼자 있는 상태를 표현하는 영단어 solitude를 번역할때만 하더라도 ‘고독’이라는 단어가 쓰이곤 하는데, 고독(孤獨)은 단어 그 자체로 외롭고 쓸쓸한 느낌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또, 고독과 자주 연관되는 단어인 ‘고독사’는 우리 사회의 노인 빈곤과 사회적 배제의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죠. ‘모태솔로’라는 말은 어떨까요. 최근 유행하는 연애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연애를 해보지 못했다는 것이 외모나 성격적으로 무언가 모자라 보이고, 연애나 결혼을 하지 않는 상태는 종종 극복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혼자인 상태가 꼭 나쁜 것일까요? 심리학 연구는 혼자 보내는 시간이 꼭 부정적이지만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에너지 회복, 창의성 발휘와 같은 긍정적인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따라서 최근 연구자들은 고독을 그와 종종 연관되는 개념인 외로움(loneliness), 혹은 사회적 고립(isolation)과 구분할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모두 관련성이 큰 개념들이지만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고독이 다른 두 개념에 비해 반드시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죠.
Ⅱ. 고독의 순기능: 사회적 관계로부터의 휴식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 시행되던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에 대해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거리두기로 인해 홀로 지내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재택 근무 등의 근무 유연화와 휴직, 실직의 확산 등으로 2인 이상 가구의 구성원들은 이전보다 더 긴 시간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보내게 되었고, 이는 가족 간 갈등의 증가로 이어지기도 하였습니다. 또, 유치원과 학교의 휴원/휴교, 그리고 지자체의 방문 의료와 돌봄 서비스의 중단은 사회적 시스템이 수행하던 돌봄의 역할을 각 가정에 떠맡겼습니다. 사회적 단절에 대한 우려와 반대로 팬데믹이 어떤 이들에게는 과도한 연결의 시간이기도 했던 것이죠.
연구에 따르면 고독에 대한 욕구와 만족도는 위와 같이 사회적 관계에서 오는 부담이 증가할 때 같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글쓴이(최윤석)가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2인 이상 가구의 구성원들은 1인 가구 구성원에 비해 다른 사람과 보내는 시간이 긴 것으로 보고되었고, 이는 다시 고독에 대한 더 강한 욕구와 관련이 있었습니다. 또, Pauly의 연구는 혼자 보내는 시간이 미성년자 자녀를 둔 중년 부모의 웰빙 증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시합니다. 혼자 보낸 시간이 있던 날이 그렇지 않았던 날에 비해 부정적 감정이 적게 관찰되었고, 더 건강한 스트레스 호르몬 패턴이 나타난 것입니다. 이러한 결과는 혼자 있는 시간이 제공하는 충전의 기능과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사회적 관계에서 수행해야 하는 역할과 의무에서 떨어져 있는 시간은 나 스스로에게 집중하며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이죠.
Ⅲ. ‘혼자’와 ‘같이’의 상생 관계
혼자 보내는 시간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는 현상은 좋은 것일까요? 어쩌면 우리도 모르게 우리 마음 속에 외로움을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러한 질문은 혼자인 상태가 종종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있는 상태와 대비되어 보여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두 상태가 반드시 대치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사회적 관계에서 충족될 수 있는 소속감(belonging)과 혼자 있는 상태에서 충족될 수 있는 자율성(autonomy) 모두 우리에게 필요한 중요한 욕구들이죠.
최근 연구에서 보여지는 흥미로운 지점은 혼자 보내는 시간의 질과 사회적 관계의 질이 종종 긍정적인 상관 관계를 보인다는 것입니다. 즉, 좋은 사회적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일수록 더 만족스러운 혼자인 상태를 경험하고,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만족스러울수록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더 좋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Zambrano Garza와 동료들이 60세 이상의 노인과 그들의 가까운 사회적 파트너 (예: 동반자, 친구, 가족 등)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살펴보면, 한 사람이 하룻동안 만족스러운 혼자 있는 시간을 보냈을 때 다른 상대방의 정서적 웰빙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관계가 보고됐습니다. 즉, 혼자 있는 시간이 당사자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그와 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죠
Ⅳ. 혼자의 순간을 만끽하려면
출처: Unsplash의Karacis Studio
어떻게 하면 혼자 있는 시간을 더 만족스럽게 보낼 수 있을까요? 명상을 하거나, 자연 속을 거닐거나, 혹은 글쓰기를 해보는 등의 특별한 취미를 개발해야 할까요? 그런 노력들이 의미가 없진 안겠지만, 오늘 희소식에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건강한 관계 맺기입니다. 위에서 소개한 연구의 내용처럼 우리가 맺고 있는 사회적 관계는 혼자 보내는 시간의 질과 관련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건강한 애착 관계를 맺고 있다면, 혼자 있는 시간이 덜 외롭거나 불안해질 수 있겠죠. 또 이따금씩 혼자만의 재충전할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다시 관계 속으로 돌아와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고요.
하지만 건강한 관계 맺기는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퇴근해도 끊이지 않는 업무 메시지, 주말마다 찾아오는 친지들의 경조사, 자녀의 독립과 은퇴 후에도 이어지는 황혼 육아까지… 우리의 일상은 끊임없는 연결과 그에 따른 숙제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지나친 연결의 피로감이 혼자 있고 싶은 욕구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건강한 관계 맺기는 이러한 연결을 조금 느슨하게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과도한 연결에 대한 나사를 살짝 풀어, 내가 나로서 온전히 존재할 수 있게, 그리고 그렇게 회복된 자율성이 다시 다른 사람과의 연결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게끔 하는 것이죠. 어쩌면 개인과 공동체를 대립시키지 않고 상생하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나’와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문헌
최윤석
서강대학교 졸업 후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에서 건강심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Simon Fraser University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활동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