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각 분야 명사들이 들려주는 다양한 주제의 인문이야기를 통해 생각의 지평을 넓히고, 지혜의 깊이를 더하시길 바랍니다.

연구[M.LAB] - 논문 - 발달장애인을 위한 명상 프로그램 운영 연구

2025-07-09

요약 : 발달장애인을 위한 명상 프로그램 운영 연구

- 강화도 ‘우리마을’ 사례 -

 

주관 : 사단법인 마인드랩

연구자 : 정병은, 조경진

 


1.

명상 인구가 증가하면서 명상이 치료(테라피)가 된 시대가 되었다고 한다. 또한 명상은 현대인이 배워야 할 필수적인 마음 기술이라고도 한다. 명상 인구가 늘고 명상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이유는 현대사회의 지나친 경쟁과 급속한 변화가 스트레스, 불안, 우울, 불면, 만성피로 그리고 각종 질병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명상과 상담 등을 통해 고통을 완화하고 심리적,정신적 치유를 찾고, 나아가 물질문명 속에 잃어버린 자아를 찾으려고 한다.

발달장애는 지적장애(정신지체)와 자폐성장애를 가리키며, 대뇌 손상으로 인해 발달 과정이 ‘표준’과 다르거나 현저하게 지체되는 경우를 말한다. 발달장애인은 장애인 중에서도 가장 소외되고 차별받는 존재이며, 정신건강 관련질환으로 고통받고 정신 약물 복용률이 높으며, 미비한 장애인복지로 인해 당사자와 가족이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렵다. 특히 학교 졸업 후 성인이 된 발달장애인은 무위(無位), 무료(無聊), 무의미(無意味)의 삶을 흘려보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발달장애인은 명상이 정말 필요하지만 구체적인 명상의방법을 배워서 실행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발달장애인이 명상을 하면 심리.정서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보인다. 즉 긍정적 정서(자신과 타인의 정서 인식, 감정 조절 및 충동억제, 자아존중감, 평정심 등)를 강화하고 부정적 정서(스트레스 등)를 약화시킨다. 행동 영역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수면의 질, 공격적 행동, 비만/과체중 문제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발달장애아동을 양육하는 부모가 명상을 하면 스트레스, 불안, 우울, 양육 부담 등을 감소시키고 주관적 웰빙,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달장애인이 명상을 잘 하려면 몇 가지 중요한 고려 사항이 요구된다. 우선 발달장애인이 잘 참여하고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조력자 역할이 필요하다. 발달장애가 중증일수록, 연령이 어릴수록 조력자 역할은 더욱 중요하며, 많은 경우 부모가 이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명상 효과가 계속 유지되려면 장기적인 시간이 필요하므로 명상을 꾸준히 오래 할 수 있어야 한다. 발달장애인의 관심과 흥미를 끌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신체 움직임을 포함하고, 지시와 설명을 제공할 때 이해하기 쉬운 말을 사용하는 등의 다양한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

 

2.

이런 배경에서 강화도 ‘우리마을’에서 근무하는 9명의 성인 발달장애인을 위한 10주간의 명상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우리마을’을 설립한 김성수 주교가 발달장애인이 더 나은 삶을 사는데 명상이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시작되었다. 매주 1회, 50~60분의 명상이 진행되었고, 그 과정에서 참여관찰과 대면 인터뷰가 이루어졌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명상 프로그램은 ‘인사나누기-누워서 명상하기-앉아서 명상하기-요가/스트레칭-정리/인사’의 순서로 진행되었고, 약 10가지 종류의 명상을 기반으로 매회 비슷한 구성으로 이루어졌다. 명상 중에서 듣기 명상, 호흡 명상, 자애 명상, 복부움직임 감지 명상, 요가/스트레칭은 고정적으로 진행되었고, 다른 명상들을 상황에 따라 추가하는 등의 변화를 주었다.

참여자들은 전반적으로 진행자의 지시 사항을 잘 따르고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명상을 하였다. 회차가 늘어나면서 진행자가 몇 가지 명상은 난이도를 올렸는데도 무리없이 잘 따라하였고, 참여자의 생각이나 의견을 묻는 질문에 참여자들이 적극적으로 대답하면서 호응하였고, 이로 인해 진행자와 참여자 사이에 라포(rapport)가 생기고 친숙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10회에 걸친 명상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된 요인은 프로그램 구성의 ‘체계성’과 ‘상호성’을 들 수 있는데, ① 간결하고 일관되게 명상 동작을 반복 수행해서 참여자들이 쉽고 빠르게 진행 과정을 파악할 수 있다, ② 추상적이거나장황하지 않고,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설명과 지시를 해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③ 명상의 효과와 의미를 강조해서 실생활에서도 명상을 해 볼 수 있게 유도하였다.

 

3.

‘우리마을’ 명상 프로그램에 대해 참여자들의 생각을 요약하면 “명상은 재미있고 어렵지 않다”, “선생님(명상 진행자)이 좋다”, “명상을 쉬어서 아쉽다”는 평이다. 명상 중에서도 자애 명상이 깊이 각인되어 있고, 요가/스트레칭 동작을 다소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명상하는 날을 잘 인지하고 있고, 전반적으로 명상에 즐겁게 참여한다.

명상 시간에 참여자 지원을 위해 들어온 사회복지사들은 이번 명상 프로그램이 성공적이라고 평가하였고, 초기에 참여자들의 어설픈 모습에서 점차 주의집중이 늘고 지시 사항을 잘 따라서 하는 등의 변화를 포착하였다. 또한 이들은 참여자들이 명상하는 날을 기다리고, 진행자와 대화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전했다. 무엇보다도 진행자가 명상을 친숙하게 잘 이끌어서 참여자의 흥미가 높고 잘 집중하므로, 진행자가 바뀌지 않고 지속적으로 명상을 진행해야 된다고 강조하였다.

진행자는 처음부터 발달장애인이 명상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확신에서 출발하였다. 다만 발달장애인의 눈높이에 맞는 지도 방법을 구사하였는데, ① 각 명상 시간을 짧게 잡기, ② 누운 자세와 앉은 자세를 바꿔가면서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③ 자애 문구를 이해하고 따라하기 편하게 조정하기, ④ 몸을 움직이는 요소를 넣어서 몸에 대한 감각을 익히기, ⑤ 반복하기, ⑥ 참여자들을 관찰한 내용을 토대로 다음 회차에 반영하기 등이다.

또한 진행자가 발달장애인 명상에서 기본 원칙으로 생각한 요소는 ① 발달장애인이 잘 따라하고 숙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 ②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고 몰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장기적인 목표는 일상생활에서 명상을 자기주도적으로 시도하는 것이지만, 시작 단계의 목표는 발달장애인이 명상을 ‘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 발달장애인을 중심에 놓고 진행하였는데, 명상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싱잉볼을 종소리 듣기 명상을 위해 사용한다든지, 자애 명상에 ‘우리마을’의 특성을 반영한다는지, 안내된 명상(guided meditation)으로 구체적이고 반복적인 지시를 한다든지, 참여자들에게 질문을 던져서 상호작용 한다든지, 몸동작/요가를 중시하는 등의 특성을 갖고 있다. 이런 특성은 진행자가 참여자의 개별적 특성과 움직임을 세심하게 관찰하면서 세부 사항이나 명상 문구를 조정하는데서도 나타났다.

진행자는 명상이 발달장애인의 “삶에서 붙잡을 수 있는 뗏목”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반복적으로 익혀서 쉽게 떠오르고, 어디서든지 간편하게 명상을 할 수 있게 하였다. 즉 어떤 명상을 하는가, 어떻게 명상을 하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명상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이러한 의도와 목적은 간결하고 반복되는 명상, 참여자의 관심을 끌고 상호작용하는 명상, 관찰된 반응에 기반하는 역동적인 명상 프로그램을 탄생시켰다.

 

4.

결론적으로, 10회기의 명상 프로그램을 진행해 보니 발달장애인은 명상을 좋아하고 즐겁게 참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처음에는 서툴렀지만 회차가 진행되면서 집중도 잘 하고 진행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면서 명상 시간을 기다릴 정도로 좋아한다.

발달장애인이 명상을 한다고 했을 때 불가능하다 또는 반신반의 하는 이유는 명상에 대한 선입견 때문이다. 가부좌의 자세로 오랫동안 조용히 집중하고 성찰하는 명상이 아니라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반영하는 비공식적 명상(informal meditaion)으로 접근해서 얼마든지 명상을 진행할 수 있다.

발달장애인 명상을 위한 필수 요건은 ① 눈높이를 맞추고 참여자를 중심으로 구성한다, ② 몸을 쓰는 신체 및 감각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③ 짧고 간결한 방식의 명상을 반복해서 명상에 익숙하게 하는 것이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명상지도자는 인간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있어야 하고, 기본적으로 명상의 기술이 아니라 진정으로 발달장애인에게 명상을 전달하고 싶은가의 마음이 중요하다. 발달장애인과 명상을 하는 시간을 즐겨야 하고, 발달장애인과 함께 한다는 동반자의 생각을 가져야 할 것이다.

제언 사항으로는 ① 발달장애인이 오래도록 명상을 지속할 수 있는 명상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② 발달장애인의 부모도 양육 부담과 스트레스가 높으므로 명상을 통한 치유가 필요하고, 부모가 명상을 하면 발달장애인이 명상을 할 수 있는 유인이 될 수 있다, ③ 관심이 제한되어 있고, 언어적 의사소통이 서툰 자폐성장애인이 참여할 수 있는 진행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